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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l 29. 2024

첫 SI 프로젝트 난 뭘 배웠나?

프로젝트 회고이자 불평불만

 첫 프로젝트의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두의 노력으로 나온 리뉴얼된 홈페이지가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그냥 기억나는 대로 회고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1) 기획서에 없어요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다. 개발자들이 이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가끔 짜증이 난다. 말 그대로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짜증 난 티를 내거나 화를 내거나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한 팀이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2인 3각을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짜증이 나는 이유는 명료하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서비스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코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 기획서 미팅에서 논의를 원했던 나의 기대와 달리 기획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몇 가지 기능 명세에 대해서만 따진 뒤 끝났다. 막상 개발에 들어가니 ~~ 가 없어요식의 메시지는 신경을 건드린다. 물론 나는 이 책임에서 피할 생각도 없고 위에서 말한 개발자들을 방패막이 삼을 생각도 없다. 그 책임을 진다면 기꺼이 나는 제일 먼저 손들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두 손 두 발 벌벌 떨면서 말이다.


 서비스는 기획자만의 서비스가 아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모두의 서비스이다. 그들의 산출물은 ppt 도형, 코드, 피그마 프레임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 서비스의 목적은 무엇인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프로세스, 어떤 구조, 어떤 UI가 필요한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런 고민 속에서 만족스러운 UX을 구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하다.


(2) 다 써주세요


 기획서에는 내용이 상세하게 들어가면 좋다. 아니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야 개발, 디자인 작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작업 진행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은 존재한다. 길 가던 기획자에게 100명에게 물어본다면 기획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는지 말이다. 그리고 개발자에게 100명에게 물어보고 싶다. 더 좋은 코드를 짜기 위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지 말이다. 과연 몇 명이 "네, 우리 회사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서 프로젝트에 큰 마찰 없이 진행됩니다."라고 말할까? 애초에 다 쓴다는 것 말이 안 되는 요구사항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중요한 부분에 서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글 정렬 순서에 대해서 묻는 문의가 있었다. 하지만, 정렬 순서에 대해서는 이미 개발을 진행하였고 수정된 글이 최상단으로 올라오도록 구현되어 있었다. 나는 수많은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만약 뭔가 작성되어 있지 않다면 보편적 접근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수정된 글이 최상단에 올라오는 경우를 몇 번이나 마두 쳤는지 모르겠다. 기획서에 작성되어 있지 않다면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기획서에 숟가락을 밥을 먹는다고 썼다면 보통 손으로 먹기 때문에 손으로 먹는 것으로 구현함이 마땅하며 예외적으로 발로 숟가락을 잡아야 하는데 기획서에 쓰지 않았다면 기획자로서 크나큰 실수이다. 이를 제외하고 숟가락을 손으로 집는지 발로 집는지 물어보는 일은 나에게 큰 회의감을 들게 만든다. 그리고 왜 손으로 먹는지 발로 먹는지 쓰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을 섞고 싶지 않다. 


(3) 안 돼요? 안 돼요.


 내가 생각하기에 "안 돼요"는 커뮤니케이션에서 하면 안 되는 말처럼 느껴진다. 물론, 안 된다는 말을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이슈를 직면하고 안 된다는 생각 보다 먼저 해야 할 말은 "그럼 어떻게 할까요?"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말에서 힘을 얻고 개선의 의지를 얻는다. 이 말을 통해서 이 이슈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을 더 해보자는 이야기가 되며 어렵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충분히 고민한 결과물이기에 어느 정도 납득하는 결론으로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왜 안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논의가 안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결론으로 다다르기 위해 힘을 뺀다. 나는 이런 논쟁이 너무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쓰고나니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고객사에서는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라는 말이 참 기분 좋게 들려왔지만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나를 잠 못이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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