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며 너무 짧은
지난 5월인가 6월 핀테크 아카데미 공고를 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SI 회사에 전문성이라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전문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전문성을 쌓기 위한 도메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많은 산업 중 금융이 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지원했다.
그렇게 시간을 내서 신청서를 쓰고 7월 1일 합격 소식을 맞이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핀테크 아카데미는 다른 사람들과 시작 못하고 일 때문에 2주 후에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7월이고 2달이 훌쩍 지나 9월이 되었다. 그동안 어땠는지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1) 무엇을 배웠는가?
해당 과정은 핀테크의 전반을 배운다. 정말 범위가 넒은데 비해 시간이 짧아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크게 내용은 핀의 파이낸셜과 테크의 기술을 배우는데 나는 은행 트랙을 들어서 은행 업무에 대해 배웠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서 본인이 어떤 분야를 배우면 될지 정해서 알아서 더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코스를 통해서 얻는 것은 '은행이 규제나 관행 때문에 못하는 것을 은행권 밖의 빅테크 혹은 핀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 페이 지원에 접근하려고 한다.
(2)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사실 이 과정을 들으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아쉬움이 더 컸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루는 범위에 비해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이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몇 가지를 써보자면 아래와 같다.
2-1 빈약한 강의 내용
사실 내가 궁금한 것은 은행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슈와 방향성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알고 싶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 수신, 여신과 같은 좁은 범위의 개념은 검색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큰 산업적인 측면은 찾아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이를 실제 근무자 통해 신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농도 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기본적인 내용만 다룰 뿐이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강사 입장에서 2시간 동안 무엇을 가리키겠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교육원에서 요청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강의들이 많았다. 특히나 은행 쪽에서 나오신 분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란 어려웠다.
개 중에는 정말 왜 강의를 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계셨는데 로보어드바이저나 마케팅 관련 강의를 하시는 분들은 정말 왜 아침부터 멀고 먼 여의도를 와 시간 낭비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내용도 없고 본인 이야기만 하고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시는데... 아마 강의하시는 본인들도 부끄럽다고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좀처럼 강하게 말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도가 심해 이렇게 평가하고자 한다.
2-2 아쉬운 강의 구성
이 코스는 크게 2가지로 나눠지는데 기술과 금융으로 나눠져 있다. 이건 내가 느낀 것이고 살짝 그 경계가 모호했다. 핀테크를 알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테크를 알아야 한다. 깊은 정도가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프로그래밍에 대한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차라리 이 내용을 온라인 강의로 빼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나는 데이터 분석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었지만 정말 기초적인 파이썬 문법을 설명하는 시간이 4시간이 할당되어 너무 아쉬웠다. 그 뒤에 HTTP 프로토콜 내용도 있어 이런 내용을 온라인 강의로 돌리고 실제 산업에 대한 아젠다를 오프라인 수업으로 다루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굳이 핀테크와 관련이 없는 강의들은 과감하게 쳐내고 실제 좋았던 강의들도 있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 시간을 더 쏟는 게 합당했다. 이 분들은 실제 강의 구성도 잘해오시지만 시간에 쫓겨서 설명을 다 못한 경우들이 다반사였다. 어차피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들은 2시간을 할당해 봤자 활용하지 못할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넓이보다는 깊이감을 더했으면 했다. 근본적인 은행이 왜 생겨나고 핀테크가 왜 발전하고 있는지 다뤄줄 수 있는 강연자분들이 있는데도 촉박하게 설명을 듣느라 아쉬웠다. 금융결제원에서 나오신 분과 송금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주신 분들은 정말 본인들이 현업에서 서비스를 구축한 분들이라 그 내용이 진실되고 충실하여 아주 만족스러운 강의였다.
(3) 코스를 마치고
2개월 동안 회사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참 힘들었다. 금요일 저녁 부랴부랴 회사를 마치고 여의도로 가서 수업을 듣고 10시 30분쯤 집에 와서 씻고 바로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다시 여의도로 가는 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쉬고 금세 월요일이 와서 출근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시험까지 잘 치고 마무리하여 뿌듯함도 남았다. 내가 생각했던 핀테크는 무궁무진함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금융 자체가 정부의 입김이 쌔다 보니 규제니 법령이니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서비스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는 것도 큰 과제였다.
지금은 핀테크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금융 오픈 API가 활성화되고 떠오르는 핀테크 기업도 없다. 최근 핀테크 기업 박람회에서는 모두들 AI를 통한 주식 이야기만 하고 있고 실상 금융이 빠진 누구의 알고리즘이 정확한가에 대한 논의에 치우쳐져 있었다.
네이버 페이로 가기 위한 이제 첫걸음을 하나 밟은 것 같다. 물론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작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하기로 한다. 이를 통해 금융 관련 여러 코스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고 계속해서 금융 쪽 도메인 지식을 쌓아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빨리 환급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내 피 같은 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