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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08. 2020

내가 너를 어찌 낳았는데... 너를 두고 어찌 출근할고

워킹맘과 이모님 육아 2

내가 이런 보물을 품고 있었다니!                       

이렇게 똘망똘망 엄마를 쳐다보는 너를 두고 엄마는 어찌 출근을 할까?

거의 4킬로 그램 되는 아이를 자연 분만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출산은 저승길 받아두고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는데 저는 초산이었기 때문에 용감무쌍했습니다. 남편마저도 저 몰래 수술 동의서에 서명한 상태였다는 것을 저는 아이를 출산하고 알았습니다. 아이도 너무 크고, 촉진제를 이틀째 맞아도 출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산모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니 다들 수술실 들어갈 채비를 했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제 얼굴과 온몸은 보라돌이가 된 상태... 출산이 처음이다 보니 어찌해야 아이가 나오는지 몰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가니 실핏줄이 터져 눈의 흰자며, 얼굴이며 온 몸에 실핏줄이 터져 그렇다 했습니다. 그때 제 몰골은 너무 처참해서 지인들이 저를 보러 왔다가 다들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곤 했습니다.


너를 어찌 지켜줄까

산후조리원에서 쉬어야 하는데 수많은 고민들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이 아이를 낳고 제가 쓴 일기의 한 구절입니다.

이 세상에 내가 못 해낼 일이란 없구나!
엄마가 널 지켜줄게.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잘 지켜낼까?

만삭일 때 대기 걸어두었던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전 방문 당시 천장에 모빌만 보며 나란히 누워있던 태어난 지 갓 백일 지난 아이들... 그 장면을 떠올리니 그곳에 있던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선뜻 보낼 수 없었습니다. 도우미 이모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이모넷  #씨터넷 #단디핼퍼 요즘은 이모님 구하는 사이트가 많지만, 10년 전만 해도 이모님을 어떤 방법으로 구해야 하는지 참 난감해서 '맘 카페' 등 활동을 하고 정보를 구해야 했습니다. 물론 지인 소개가 가장 좋습니다.

당시 맘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이모님 면접을 보기로 했습니다. 3개월 출산 휴가 동안 산후조리하면서 이모님 면접 보기... 그리고 그 당시 제 직장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야근이 워낙 잦다 보니 이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출산 후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바로 면접을 보는데 수유 중이라 젖이 금방금방 차올라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와중에 이직 인터뷰에서 면접관이 질문합니다. 

"둘째 계획은 언제 있으신가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례한 질문입니다.

회사 이직 실패...

'엄마가 처음입니다만... 이렇게 모든것이 힘들 줄이야... 하지만 내 아가가 참 사랑스럽다!!'

회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출산휴가 끝내고 출산 전 완료한 프로젝트의 2차 투입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만 더... 이야기를 꺼냈다가 핀잔을 듣습니다. 제가 일하던 업계 분위기가 남성 중심인 데다 환경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출산 후 3개월이면 감지덕지해야 했습니다.


출근 3주 전 첫 이모님을 모시다

중국에서 한국에 오신지 10년이 지나서 한국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비자도 있으신 분이셨습니다. 당시 가 이모님 면접에서 중요하게 체크했던 사항입니다.

1. 조선족이더라도 억양이 없고, 발음이 좋아야 한다.

아기가 이모님과 시간이 가장 많아 언어를 배우는데 조선족 억양이나, 발음을 처음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 한글을 잘 읽는 분이어야 한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실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 깔끔한 외모로 청결에 대한 개념이 확신해야 한다.

신생아 아기는 청결이 중요하니까 많은 엄마들이 당연히 체크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3.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해야 한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보육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깨어 있을 때면 아이를 안고 면접을 같이 봤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표정을 보면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 분인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4. 잘 웃고, 밝은 분이어야 한다.

아기들의 표정을 배울 때 갓 태어났을 때는 시력이 완성되지 않아 양육자의 얼굴 근육 움직임에 따른 명암으로 아기들도 근육의 움직임을 배운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잘 웃는 아기'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잘 웃는, 밝은 분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이모님은 위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약 10명 이상의 이모님을 면접 후 선택한 분이었는데 그 면접 보는 시간과 노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근 후 모니터에 아이 얼굴이 아른아른...

출근하는 길에도 이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어떤지 물어봅니다. 출근 후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보는데도 아이 얼굴이 아른아른... 다른 분들이 출근하면 아이 생각은 전혀 나지 않는다던데...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던 터라 주기적으로 유축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제가 일하던 곳은 여자휴게실 등이 없어 화장실에서 유축을 해야 했어요. 12월에 아이를 낳고 다시 출근했을 때도 2월 말... 추웠습니다.

유축한 모유를 보냉팩에 넣고 퇴근하는 길...

괜스레 슬프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아이...
내 손으로 키우지 못하는 상황...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나는 임신 때도,
아이를 낳고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

당시 내 비밀 일기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서울의 아파트를 담보대출 70프로 받아 매수했었습니다. 당시 고정금리 6% 원리금 상환 금액이 꽤 되었고, 우리 부부의 용돈은 핸드폰비 포함 30만 원. 그 외  모든 소득은 대출금 상환과 적금, 펀드, 연금에 넣어두었었습니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운다면?' 이런 고민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습니다.


출근 2개월 후... 육아휴직을 결심하다

'육아휴직을 해서 내가 1년을 키운다 해도 내 인생의 대세에 큰 지장이 있지는 않을 거야.'

'돈은 나중에 얼마든지 벌 수 있어.'

복귀 후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유아휴직을 선언한 나는 엄청난 눈총을 받아야 했습니다. 내가 내 손으로 내 아이를 키워내고 싶다는 결심. 

아쉽지만 첫 번째 이모님과 작별했습니다.

첫 번째 이모님은 일찍 남편분과 사별하고 아들이 대학 입학 후 한국에 오셔서 여러 가지 일을 하시며 아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어 중국으로 보내주신 분이었습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헌신한 분이고, 아기들을 좋아하셔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아이 돌봐주시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짧은 복귀 이후 서럽던 화장실에서 모유 유축 없이 10개월 가까이 완모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유 수유가 무어라고 그토록 힘든 고행을 했을까 싶습니다. 사회 분위기에서 강요받는(?) 모유 수유를 위해 가리는 음식도 많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만 양질의 모유를 위해 먹어야 하는 많은 음식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녔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마치 엄마의 모성이 부족한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 모유 수유하고 싶지만 모유 양이 부족한 엄마들은 왠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도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실행했지만, 그러느라 제 몸을 많이 살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내 주변 출산한 지인들에게는 모유 수유에 집착하지 말고 내 몸을 최우선으로 돌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육아휴직 이후...

제가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될 미래는 상상도 못 한 채 매일매일 책에서 배운 육아를 실천하는데 바쁜 일상을 보냈습니다. 육아휴직 선택이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꼬물꼬물 조그만 것이 매일 자고 일어나면 '오늘은 엄마에게 뭘 보여드릴까?'연구하는 것 같았던 아이.  

이 글을 쓰면서 옛날 사진들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웃음이 납니다. 그때 내 선택은 정말 잘한 일 같습니다.

다시 복귀할 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요...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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