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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25. 2020

뚱뚱보 탈출을 위한 배바지

워킹맘과 도우미 이모님 육아 5

                                                                                                             

#연년생육아 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예전 같지 않은 몸매와 옷매였습니다. 뭘 걸쳐도 예쁘지 않은 핏... 모유 수유를 하다 보니 수유 티셔츠나 수유가 편한 셔츠를 입곤 했는데요...

거울 안에 저는 너무 지쳐 보이고, 예뻐 보이지 않았습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어떤 옷도 맞지 않았습니다.

첫째를 출산하고 체중이 덜 빠진 상태에서 둘째를 가지게 되어 더욱 그러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드라마틱 한 신체 변화...

저 같은 경우는 임신 후 몸이 많이 붓기도 했는데요. 옷의 사이즈 55 사이즈에서 만삭 때는 88 사이즈에서 까지 입었습니다.  발 사이즈는 240에서 250까지 신었고요.

첫째를 임신한 시점부터 둘째를 출산한 시점까지 무려... 25kg이 쪘는데요. 아이를 출산하고 빠진 체중은 4kg... 딱 아이 몸무게와 양수 무게만 빠졌습니다.

많이 우울했습니다. 출산한 많은 엄마들이 겪는 공통된 우울증일 것입니다.

내 만삭일 때 사진입니다.(확대 금지)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는데 조각조각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살이 많이 쪘을 때 비수로 꽂혔던 시어머님의 말씀

아가씨가 임신했을때 많이 먹는 모습을 보며 "너 그러다 범이 엄마(나)처럼 뚱뚱보 된다~!!"하고 두 분이 엄청 웃었다고 하셨습니다. 왜 그런 말씀을 굳이 제게 전달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다이어트 목표 : 출산 전 입었던 옷들을 다시 꼭 입겠어!

하이웨스트 스키니진을 주문합니다.

25kg을 빼리라... 꼭 예전 체중으로 돌아가리라...

지금도 유행이지만 당시 엄청 나에 유행했던 스키니진 하이웨스트(일명 배바지/ 어떤 바지는 명치까지도 올라옵니다)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살이 하도 쪄서 주로 입었던 옷은 레깅스였는데 몸이 편해서 더 퍼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주문한 사이즈 30 사이즈... 스판기가 엄청 있던 스키니진이었는데 실제 사이즈로 치면 약 31 사이즈 정도였을 것입니다. 꾸역꾸역 제 몸을 집어넣었습니다. 


하... 

명치 바로 아래에서 버클을 겨우 잠갔는데 숨쉬기가 힘든 것 같았습니다.

처음 입었던 날 한 시간도 못 입고 다시 레깅스를 입었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입고 있는 시간을 계속해서 늘려갔습니다. 복부를 조이고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많이 먹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무식한 방법일 수 있는데 안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요즘도 다이어트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요즘은 나이 들어서 스키니진을 입고 나면 영 혈액순환이 안돼서 압박 스타킹을 이용합니다^^;)


모유 수유를 끝내고 나면 그렇게 허기가 집니다.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말아서 뚝딱 해치우고 빵이나 과일이 더 먹고 싶어 지는데요... 스키니진을 입고 있으면 못 먹었습니다. 겨우 물을 좀 마실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다

나머지 끼니는 큰 아이가 남긴 이유식으로 대체하고, 하루 한 끼만 먹기로 했습니다. 대신 그 한 끼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먹었습니다. 사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엄마가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충 국에 밥을 말아먹거나 빵으로 때우게 되는데요. 누가 옆에서 챙겨 주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식사만 하려고 하면 깨어나 울거나 낑낑대기 때문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덕분에 밥을 빨리 먹는 버릇이 생겼는데 가끔 남자분들과 식사할 때 남자분들도 제 속도에 놀라실 정도입니다.)  

아이가 이유식을 남김없이 먹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먹성이 좋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 끼니를 생각해서 보통 첫째가 먹는 양보다 많~이 뜨곤 했던 기억입니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물을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내가 좋아하는 음식 원 없이 먹는 날

일주일 내내 고생한 나를 위해 주말이면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양껏 많~~ 이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외식은 힘들고 대부분 포장해 오거나 배달시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습니다. 주말은 스키니진도 쉬는 날이었습니다. 

입고 있던 스키니진이 더는 조이지 않을 즈음 다시 한 사이즈를 줄여 주문해서 껴 넣었습니다. 눈물 나는 다이어트 끝에 우리 딸(둘째) 돌잔치였던 날 66 사이즈의 원피스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바지 사이즈는 28.5~ 29 사이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둘째 돌잔치 기념 스냅사진

사실 위 사진도 많은 보정이 들어간 사진일 겁니다.


둘째가 10개월이 되었을 때 모유 수유를 중단하고, 저는 재취업을 결심했습니다. 

걸음마도 못 뗀 둘째를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영어학원으로 달려가 토익 공부와 취업 스피킹 강좌를 들었습니다. 우유 대신 두유를 넣은 카페라테 큰 사이즈 하나로 오후 3시까지 버티고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다 보니 스키니진을 작은 사이즈로 갈아치우는 속도는 더 빨라졌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에 전 다이어트로 배고픔보다 자아실현이 더 고팠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21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하다

예전 같은 핏은 아니지만, 아이를 갖기 전 입었던 정장을 여전히 입고 있습니다.(끼이는 바지 제외) 

21kg을 감량하는데 둘째를 낳고 약 1년 반의 시간...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 두 끼니를 먹어도 업무의 강도가 있고 육아까지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살이 자연스럽게 빠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나잇살 관리로 '내 맘대로 간헐적 단식'(저녁 이후 금식 점심을 첫 끼니로 먹기)만 할 뿐입니다.                                                


시어머니와 아가씨를 즐겁게 했던 뚱뚱보의 모습은 아니지만 아이 둘을 낳기 전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커다란 아이를 감당하느라 다 터버린 살들, 잃어버린 탄력, 커진 골반...

이런 드라마틱한 신체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엄마겠지요.

아이 낳고 나면 살이 다 빠진다.
모유 수유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
아이 키우다 보면 힘들어서 절로 빠진다.

제게는 하나도 맞지 않았던 말이었습니다.

살을 빼려면 결국 덜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운동과 병행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싱크대에서 설거지하며 까치발 들기, 양치질하며 스퀘트, 운전을 못하니 걸어 다니기, tv 보며 스트레칭 등 틈틈이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출산 후 다이어트에 대한 제 이야기만 썼네요. 다음 편은 재취업 시 제 고군분투 경험과 아이들의 첫 입주식 도우미 아줌마에 대한 글을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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