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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22. 2020

잠들 수 없는 밤

워킹맘과 도우미이모님육아4

2012년 6월 말 18개월이 된 남자아이와 여자 갓난아기의 엄마가 된 나.

그렇습니다. #연년생 엄마입니다. 아들이 12월생이라 나이 터울은 2살 차이지만 쌍둥이보다 힘들다는 연년생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년생육아 하루 일과는 대략 이러했습니다.


아침 

첫째는 어릴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아이였습니다. 

새벽 6시면 일어나서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 먹고 화장실 가는 습관이 잡혀 있었습니다. 첫째가 6시에 일어나 저를 깨우면 이유식을 먹였습니다. 둘째는 아침잠이 많은 아이였는데 오빠(큰애)가 일어나면 같이 눈을 떴다가 다시 잠이 들곤 해서 8시쯤 일어났습니다. 

둘째 아침 수유를 끝내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준비시키는데 둘째를 안고 첫째를 씻기고 옷 입히는 준비를 마치면 둘째를 아기 띠에 메고 첫째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줍니다.


[첫째를 생각하면 짠 한 일...]

첫째는 생후 9개월부터 참 잘 걸었는데, 동생을 보고 나니 더 잘 걸어주었습니다. 그 모습이 짠해서 동생을 앞으로 메고 뒤로 업어주느냐고 물으면 손사래 치며 더 잘 걸어가곤 했습니다. 가끔은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업어준다고 등을 내밀 때 내 목을 와락 끌어안고 업혔다가도 제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바로 내려오곤 했습니다.(말을 곧잘 하면서부터는"엄마 힘들어서 안돼요"라며 바로 내려왔었습니다)

'내가 운전만 잘했어도...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오후

집에서 둘째와 씨름하고, 집안일 등을 하다 보면 어느새 첫째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됩니다. 첫째를 데리고 와서 씻기고 잠시 놀아주며 연년생 기저귀도 갈아주고, 식사도 챙깁니다. 

아직도 과거 육아를 하면서 자주 하는 이야기...

연년생 둘이 배꼽시계가 동시에 울릴 때입니다.

갓난아기는 배가 고파 젖을 달라 하고, 첫째도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순둥이였지만 먹는 것만큼은 가장 예민했습니다.

왼쪽 손과 팔로 둘째를 안아 수유를 하고 오른쪽 손으로는 첫째 밥을 떠 먹이는 제 모습. 

정말 웃기면서도 왠지 슬펐습니다. 덕분에 저는 우리 첫째가 숟가락 하나로 잘 떠먹을 수 있도록 영양이 가득 들어간 한 그릇 밥을 주로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째 때도 왜 그렇게 모유 수유에 집착했을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혹시 나처럼 어린 시절 병치레가 심하면 어쩌지?', '내가 지금 좀 힘들고 귀찮다고 그만두었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결국, 내 만족을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모유 수유를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잠들기 전 

아이 둘을 혼자 씻기기에는 힘이 들어 하루하루 번갈아가며 목욕시켜 잠을 재웠습니다. 남편이 일찍 들어와 첫째를 맡아 주면 좋지만 야근이나 회식이 있는 날에는 '수면 교육'이고 뭐고 첫째의 종알거림으로 둘째는 눈 감는 시간이 늘 늦어졌던 것 같습니다. 너무 피곤한데 아이가 종알거리면 짜증도 많이 냈던 저... 엄마랑 누워 책 읽고 잠들며 오롯이 엄마를 독차지했던 첫째가 동생이 생기고 나서는 그럴 시간도 없이 혼날 때...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때가 가끔씩 후회됩니다. 

그래서 아직도 첫째 이야기만 나오면 제 눈가가 촉촉해지나 봅니다.


하루가 어찌 지나간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아이 둘이 잠자리에 들면 밤 9시~10시.

                                  

나는 이대로 집에서 아이들만 키워야 하나?   
        
그냥 좋은 엄마가 되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데 집중했을 것을...
나는 왜 그토록 어렵게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과 경쟁했던 걸까?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 책을 읽거나 취업사이트에서 취업 공고를 검색하다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새벽에 잠깐 잠이 들면 둘째 새벽 수유로 깹니다. 또 잠시 눈을 붙이면 일찍 일어나는 첫째가 엄마를 조심스레 깨워 배고프다 했습니다.

'하루만 원 없이 자고 싶다.'

당시 제 소원이었습니다.


첫째가 태어난 2010년 12월부터 둘째가 태어나 육아에 몰입했던 2013년 중반까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최대의 화두

'오늘은 뭘 먹일까?'

내 허약한 체질 닮을까 노심초사하며 당시 이유식, 한 그릇 영양밥 요리, 나물 요리, 한방 약재 요리 등 요리 책을 가장 많이 봤습니다. 뭐든 제가 직접 만들어 먹였습니다. 이유식은 물론 치즈, 요플레, 떡, 고기/생선 완자, 오곡 약밥, 한. 중. 식 가정 요리, 매실청, 오미자청, 레몬/귤청, 딸기/귤잼 등... 지금은 매실청과 오미자청만 담그지만 당시 책에서 배운 요리 덕에 웬만한 것은 다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살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정리/수납, 청소, 세탁 등에 대한 고민들 덕분에 지금도 이모님들이 우리 집에 오셔서 놀래시곤 합니다.                                            

아기 엄마가 일만 하는데도 살림을 참 잘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 주는 일이니까.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 좋은 환경 이런 것들은 조금만 신경 써주면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다 보니 육아나 살림 외에는 기억에 없습니다. 세상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집중했던 육아와 살림 덕분에 나중에 아이를 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모시면서 내 나름대로의 지침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 세상에는 헛된 경험과 시간은 없습니다.)

          

제가 육아 지침서로 꼽는 책.  #아이는99프로엄마의노력으로완성된다 #장병혜박사 의  책입니다. 10 회독을 목표로 했고, 현재 약 5 회독했습니다. 읽을 때마다 엄마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아이들에게 좀 더 노력하게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가수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님의 육아서 #믿는만큼자라는아이들  #다시아이를키운다면 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워킹맘 의 육아서를 읽어서일까... 워킹맘 육아서들만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일까요...

저도 언젠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잠을 쉽게 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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