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내가 코드를 짜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3일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분석을 1시간 내에 끝낸 경험이 있다. 1주 정도 걸릴 최적화 문제를 2일 내로 끝내본 적이 있다. 1달 정도 걸릴 테이블 및 코드 조사를 1주 이내로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극단적인 리소스 사용의 감소를(혹은 생산성의 향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코드, 테이블, 분석 결과들을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그리고 참조하기 쉬운 형태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조금 더 길게 내뻗어 앞을 바라보면, 어느 순간 분석을 한다는 행위에는 질문과 해석만 남게 된다. 그 중간에 테이블을 이해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단계는 자동화된다. 이전에는 그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레거시 코드들을 리팩토링하는 데 며칠 걸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코앞까지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서비스 테이블을 이해하고, 특정 분석 주제를 위해 어떤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테이블들을 추가적인 분석을 위해 어떻게 다시 재정리해야 하는지 AI가 알고 실행할 수 있다면—분석 실행자로서의 분석가는 사라지게 된다.
이것을 다가올 현실이라고 가정하고, 목을 조금 더 내밀어 앞을 바라보자.
분석가는 무엇을 하게 될까?
나는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며 역할의 이동 혹은 확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단계: 분석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식 관리
지금 단계의 AI가 기획서 혹은 질문서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잘 정리된 도메인 지식, 테이블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다양한 질문에 대해 분석을 진행한 SQL 파일들이 필요하다. 분석가는 이것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을 주 역할로 가져가게 될 것 같다. 다만 한번 세팅을 해두면 그 후로는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몇십 분 내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것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2단계: 개발자분들이 리소스가 없어 못 만들었던 것 MVP로 만들기
이미 AI와 함께 MVP 형식의 소프트웨어 프로덕트들을 만드는 분석가들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분석가는 기존의 개발자들이 리소스 문제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빠르게 MVP 형태로 만들어내고 이를 테스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류를 예로 들면, 발주 자동화 같은 것—개발자가 하기에는 사전조사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대비 급하지 않은 일들을 분석가가 만들 것 같다. 이미 해당 프로세스가 어떻게 굴러가야 하고,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고, 어떤 로직을 사용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업이 끝나면 해당 MVP의 로직을 참조해 개발자가 안정적인 기능을 만들게 될 것 같다.
3단계: 분석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
분석도 쉽게 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도 얼추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 분석가는 무엇을 하게 될까? 아마 A(데이터)부터 Z(업무 프로세스 자동화)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반대로 말하면 회사에서는 분석가가 분석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1단계와 2단계는 내년 1분기 이내에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슬프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