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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12. 2020

영국공예청 갤러리 개관전 소식

50년 소장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Maker's  Eye 

1971년 정부 산하 디자인카운슬에서 영국 공예작가 지원과 해외 프로모션을 위한 ‘공예 정책 자문위원단(CAC)’이 조직되었다. 1979년 크래프트카운슬(Craft Council),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 공예청이라는 새로운 기관이 출범했고, 디자인카운슬에서 기존 CAC가 맡고 있던 공예 업무가 이관되었다. 오늘날 영국 공예청은 공예품 수집을 비롯하여 전시, 이벤트, 교육, 출판, 연구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매년 런던에서 개최되는 공예 박람회, ‘콜렉트 페어( Collect Fair)’도 공예청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공예 영화제 ‘리얼 투 릴(Real to Reel)’도 전세계 투어 상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공예청이 1972년부터 수집한 방대한 규모의 소장품과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국내외 전시를 위해 작품을 대여해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사진제공: Craft Council)

(좌) Caroline Broadhead, photographed with RCP2 Chair - Prototype by Jane Atfield, piece from Spoonie Collection by David Clarke, Divider by Maria Militsi and Pussyhat by Abbey Gans Mather (all held in the Crafts Council Collection), in her studio.  Photo: Jamie Stoker

(우) Michael Marriott, photographed with SS37 by Peter Collingwood, Swollen by Emma Woffenden and Jug by Steven Newell (all held in the Crafts Council Collection), at his studio. Photo: Jamie Stoker


영국 공예청 작품 소장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기관의 설립 목적과 부합할 것 2) 대여, 전시 등에 활용됨으로써 관람객 확대에 도움을 주고, 교육 및 연구 출판에 일조할 것 3) 동시대 영국 공예의 탁월함과 우수성을 증명할 것 4) 수준 높은 작품에 대한 인식을 제공할 것 5) 공예계의 중요한 실천적 순간을 기록할 것 6) 동시대 영국 공예가 창조적, 문화적, 국가 경제적 핵심 분야로 자리하게 할 것. 영국 공예청이 유물 위주가 아닌 현대 작가들의 공예품 수집에 주력하는 부분은 국내에서도 참고할만하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 위주의 수집과 보존이 이루어지는데 비해, 동시대 공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예술의 한 분야로서 소량 수집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보존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동시대 공예에 대한 기록은 향후 미래 시대가 현 시대의 공예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 Craft Council)

(좌) Esna Su, photographed with Aqua-Poesy VII by Hiroshi Suzuki (held in the Crafts Council Collection) at the Sarabande Foundation. Photo: Jamie Stoker

(우) Freddie Robins, photographed by 1 - 11 Floor Pad by Ann Sutton (held in the Crafts Council Collection), at her home.  Photo: Jamie Stoker



최근 영국공예청은 기존 건물 1층을 리노베이션하여 갤러리 공간을 확보했다. 올해 중 갤러리 오픈과 동시에 기획 전시 ‘메이커스 아이(Maker’s Eye)’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의 시선’이라는 의미의 이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13명의 공예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당신에게 공예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공예가들은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 대신 영국 공예청 소장품 속에서 답을 골랐다. 시각화된 대답으로 선택된 공예품 150여점은 갤러리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전시&콜렉션 팀장 애니벨 캠벨(Annabelle Campbell)에 따르면, 한때 공예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갤러리가 있었으나 2006년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이래로 주로 투어 전시와 대여를 통해 공예청의 소장품을 꾸준히 소개해왔으나 이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미약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따라서 새롭게 오픈하는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전시를 매개로 소장품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다. 또한 출판물, 전시 도록, 디지털 자료 등 공예청이 가진 아카이브를 열람할 수 있는 연구 공간을 제공하고, 전시와 연계된 토크 이벤트도 열 예정이다. 갤러리에서 열리는 활동들은 해쉬태그 #homeforcraft를 통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된다. 



영국 공예청, 전시&콜렉션 팀장 

애니벨 캠벨(Annabelle Campbell)




1. 공예박물관의 기능과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예에 특화된 박물관은 극히 소수다. ‘공예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시대, 분야, 주제를 가로질러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온다. 역사, 문화 유산, 물질 문화의 중심이 되는 제작과 기술은 예술과 디자인,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따라서 공예박물관의 역할을 고찰하기보다는 박물관 안에서 공예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듯 하다. 


2. 공예와 디자인,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기관이 정의한 공예란?

예술, 공예, 디자인은 무엇을 우선 사항에 두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세 분야는 모두 미학, 콘셉트, 기능, 혁신,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둔다. 공예로 정의한다는 것은 기술과 제작, 재료에 대한 지식을 가장 중요시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작품을 예술이나 디자인으로 볼 수 있겠지만 우선 사항에 둔 본질적인 속성에 따라 그것은 공예로 분류될 수 있다. 


3. 소장품 선정 기준은?

영국 공예청은 소장품의 잠재적인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수집 심사위원들이 1년에 2번 정도 정례적으로 모여서 작품과 작가들을 검토한다. 기증품과 유작이 추가적으로 수집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에 대한 결정은 나와 대표이사가 한다. 때론 전시의 일환으로 신작을 의뢰하는 커미션을 통해서 수집하기도 한다. 소장품의 범위는 약 1960년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만들어졌거나 기원한 것, 혹은 영국 작가(거주지가 영국이거나 영국 시민)가 만든 것을 포함한다. 유명 작가 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의 작품도 수집한다.


4. 관람객 유치를 위한 방법(또는 계획)은?

2006년 영국 공예청에서 운영하던 갤러리를 닫은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었다. 새로운 갤러리 오픈 소식은 예전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을 것이다. 한편 새로운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공예청이 가진 소장품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할 예정이다.


5. 작품 매입을 위한 예산 설정 방법과 실제 연간 예산 금액은?

현재 우리는 매입을 위해 예산을 따로 할당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작품 매입을 위한 1년 예산이 정해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 바뀌었다.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매입하기로 동의하면, 내부적으로 예산을 요청하거나 외부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도 한다. 대여, 전시 프로그램에서의 활용을 고려한 작품의 가치와 매입가의 적정성이 주요하게 고려된다. 


6. 기관의 입장에서 작가들에게 부탁, 또는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예는 영역을 넘어서 발전하는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작가들이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해야할 때이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20년 3/4월호 내 서울공예박물관 건립 관련 특집기사로 각색되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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