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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13. 2020

영국 V&A 뮤지엄 한국관

현재의 관점에서 공예를 재해석하는 큐레이팅 전략 

V&A뮤지엄은 공예와 디자인 전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런던에 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 중 하나다. 1852년 설립된 V&A는 예술, 디자인, 공연예술 전문 박물관으로, 작년 3월 기준 총 2,665,102점의 소장품이 등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예술 작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서적, 간행물, 서류, 기타 아카이브들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전시가 가능한 상태의 소장품은 252,476점, 실제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V&A 어린이박물관 포함, 65,506점으로 추산되니 엄청난 규모다. V&A는 작품 소장을 위해 미적 가치, 기술적 가치, 역사적 가치, 사료적 가치, 기존 소장품에 대한 보충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이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어떤 작품을 소장할지, 어느 정도의 예산을 할당할지에 관해서는 이사회에서 결정 권한을 갖는다.


(Image: courtesy of the V&A)


뮤지엄 내 소장품을 담당하는 부서는 1. 아시아 부서, 2. 디자인, 건축, 디지털 부서, 3. 가구, 텍스타일, 패션 부서, 4. 어린이 부서, 5. 조각, 금속, 도자, 유리 부서, 6. 무대, 공연 부서 7. 말, 이미지 부서로 나뉜다. 전 세계 작품이 V&A의 소장품에 포함될 수 있으나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지리적으로는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근방 초기 유럽인 정착 시기 유물들, 그리고 오세아니아,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유물들은 제외된다. 연대기적으로는 유럽 작품의 경우, AD 300년 이후 제작된 것들만 수집할 수 있다. 반면에 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시대적 제약이 없고, 중동의 초기 이슬람 작품은 텍스타일을 제외하고는 수집하지 않는다. 이러한 규정을 마련한 것은 영국 내 다른 박물관들과 소장품이 중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983년 체결된 테이트 뮤지엄과 협약에 따라, 1914년 이전에 제작된 대형 조각품과 영국 및 유럽 유화는 V&A에서, 이후 시기 작품은 테이트에서 소장하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20세기 도자, 유리, 금속공예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21세기 이후로 제작된 동시대 공예품은 수집하지 않는다. 1989년 설립된 디자인뮤지엄은 대량 생산된 인공물만을 위주로 수집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 내 여러 박물관들 간의 네트워킹 및 협약 체결을 통해 소장품의 범위를 정하는 부분은 국내에서도 눈여겨볼만하다. 공예 분야의 지리적, 시대적 범위를 놓고 박물관끼리 경쟁적으로 소장품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결국 콘텐츠에 대한 특색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관광지마다 똑같은 기념품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관람객 또한 특정 박물관에 굳이 찾아가야할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V&A 아시아 부서는 중동, 인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예술품을 다룬다. 총 150,000여개의 소장품 중에서 한국 소장품은 1,100여점 뿐이다. 이는 박물관 내 가장 작은 규모의 콜렉션 중 하나다. 그에 반해 중국 소장품은 약 18,000점, 일본 소장품은 약 48,000점을 차지한다. 1992년 조성된 한국관은 소장품의 범위와 수량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는 2012년부터 영국과 한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아시아 부서 큐레이터 로잘리 킴(Rosalie Kim)의 역할이 컸다. 로잘리 킴은 한국관에 대해 유물과 동시대 작품, 대량 생산품과 전통 공예품을 함께 비교하는 테마적인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한국관은 다른 국가와 상호 문화적 교류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 작품이 아닌 것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서구 탈식민화된 박물관학의 맥락에서 한국 물질 문화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현재와 더욱 관련있는 작품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Image: courtesy of the V&A)



V&A 뮤지엄 큐레이터 

로잘리 킴(Rosalie Kim)


1. 공예박물관의 기능과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예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신세대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면서 작품과 작가에 대해 감상하고, 배우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예 작업 속에 담긴 경제, 사회적 역할, 문화적/지역적 특성, 다루고자 하는 이슈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소비, 원재료의 순환, 작품과 기술에 대한 확장된 담론을 맥락적으로 파악하고, 작가와 사용자에 의해 공예가 실험되고 재정의되는 플랫폼으로 방문객들에게 인식되도록 늘 도전해야 한다.


2. 공예와 디자인,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기관이 정의한 공예란?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다국적이고 다학제적인 이 세계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며,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예는 문화적 맥락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학계 및 업계에서는 공예가 솜씨나 기술, 산업이나 취미에 따른 사고 과정으로 여겨지는 것에 관해 격렬하게 논의해왔다. 여기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계몽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예가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개인화, 기술화되고 있거나, 현대 사회를 읽는 해설서로서 기술과 사용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믿는 쪽이다. 


3. 소장품 선정 기준은?

우리 박물관의 수집 정책은 웹사이트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형식적인 수집 절차는 주로 현장 실사, 큐레이터가 작성한 제안서 제출, 다양한 상급 위원회의 승인으로 이루어진다. 아시아 부서는 방대한 지리적 영역과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때때로 우리는 다른 소재를 취급하는 큐레이팅 부서에 컨설팅을 하고,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이는 곧, 한국 작품들도 다른 부서를 통해 수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관람객 유치를 위한 방법(또는 계획)은?

한국 예술에 대한 정기적인 가이드 투어, 코스, 작품 핸들링 세션, 영상 상영, 이벤트들을 연다. 우리는 워크숍과 예술가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들을 환영한다. 보다시피 V&A는 민족지학적이거나 고고학적인 박물관이 아니다. 한국 작품들은 한국관에 국한되지 않고 도자나 은 갤러리와 같이 소재 중심의 갤러리, 20세기나 21세기 갤러리처럼 시대적으로 구분된 갤러리, 혹은 영국 도시 던디에 위치한 V&A뮤지엄 분관(V&A Dundee), V&A 어린이박물관, 아니면 새로 오픈할 V&A 이스트(V&A East)에서도 소개될 수 있다.


5. 기관의 입장에서 작가들에게 부탁 또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깥 세상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작업을 오브젝트로 한정해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20년 3/4월호 내 서울공예박물관 건립 관련 특집기사로 각색되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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