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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04. 2020

런던크래프트위크 (3) 메이커들의 창작무대

공예가, 장인, 디자이너, 아티스트를 모두 통칭하는 개념 '메이커'

공예가, 예술가, 디자이너. 셋 모두 유형의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이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그렇다면 이 셋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어쩌면 대학에서의 전공이 이들을 구분하는 표식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공정에 수작업이 들어가는지, 주로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작업인지, 혹은 창작품의 용도가 관상용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구분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예가와 장인은 나이와 경력에 따라 구분하는 걸까, 아니면 전통 공예를 하는지 현대 공예를 하는지에 따라 나뉘는 걸까. 잠시 생각해보면 아리송한 카테고리가 아닐 수 없다. 영어로는 Craftsperson, Artisan, Artist, Designer로 각각 번역된다. 그런데 LCW에서 창작하는 이들을 통칭하는 대표적인 용어는 의외로 ‘공예가’가 아니라 ‘메이커(Maker)’이다.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촬영: Dan Weill)


우리에게 메이커는 상표, 즉 브랜드 명을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이해되어 왔다. 그래서 브랜드가 아닌 사람을 가리킬 때, 즉 ‘만드는 사람’, 혹은 ‘제조업자’로 직역해 사용하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비전문적으로 들린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작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사실 ‘작가’라는 단어에는 ‘메이커’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작(作)’이라는 한자어에 ‘만들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크리에이터(Creator)로도 쓰일 수 있다. 그러나 LCW에서 크리에이터가 아닌 메이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맥락에서 해당 직종을 구분 지으려는 욕망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메이커 문화는 21세기 들어 등장한 현상이다. 인터넷을 통한 오픈소스의 범람, 제조산업 영역에서 한정적으로 쓰이던 육중한 기계들의 경량화 및 소형화, 3D프린터기와 같이 개인이 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보급과 대중화, 그리고 DIY붐과 맞물려 확대되면서 메이커 문화는 서브 컬쳐의 일종으로 자리 잡았다. 즐거움과 성취감이 메이커들의 주요 동기로 작동하면서 ‘만들면서 배운다’는 취지 아래 탈형식성, 네트워킹, 노하우 공유 등이 이들 문화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2005년 메이크 매거진을 창간하고 이듬해 메이커 페어를 발족한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에 따르면, 메이커는 발명가와 다른 개념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거나, 정원을 손질하거나, 뜨개질을 하는 우리 모두를 메이커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이커들을 단순히 솜씨 좋은 이들이 아닌,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들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2014년,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메이커의 날’을 지정하고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을 비롯한 각종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국내에 번역된 마크 해치(Mark Hatch)의 저서 ‘메이커 운동 선언’ 또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경우도 이러한 움직임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책 브리핑에 의하면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 창업과 제조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메이커 운동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스스로 구상하여 개발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메이커로 소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8년 공공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시범사업을 시작하였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역시 2019년부터 공예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LCW2019는 기획전 Scorched 이외에도 각양각색의 볼거리가 많았던 행사였다. 다음 글부터는 전세계 메이커들이 주도하면서 현장에서 화제가 되었던 6개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로에베, 더콘란샵, 콜 드롭스 야드, 포트넘 앤 매이슨, 옥소 타워 워프, 네흐루센터에서 열린 공예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공간에 공예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시연 등의 이벤트를 동시에 개최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것은 오늘날 메이커 문화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19년 7/8월호에 각색하여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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