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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04. 2020

런던크래프트위크 (4) 명품 브랜드 로에베

Shizu Design 모녀의 바구니 제작 시연

1846년 스페인 가죽공방에서 탄생한 명품 브랜드 로에베(Loewe)는 유명한 콜렉터이자 빅토리아앤알버트 뮤지엄의 임원이었던 조너선 앤더슨을 201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영입된 후 그는 로에베를 수준 높은 공예와 장인 정신의 본거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로에베는 지난 2016년부터 ‘로에베 공예상’을 제정하고 공예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브랜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작년 파이널리스트 29명 중에서 한국인으로는 고희승, 손계연, 이영순, 김민희(캐나다)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 Shizu Design)


2019년 4월 27일, 로에베 런던은 6년간 둥지를 틀었던 기존 건물에서 여러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메이페어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1년간의 공사를 끝으로 문을 연 이 곳은 총 3층 규모 건물로 전세계 로에베 지점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졌다. 매장에는 2017년 ‘로에베 공예상’ 위너로 선정된 에른스트 감벨(Ernst Gamperl)의 거대한 오크 화병을 포함한 공예 작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내부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다. 상업공간보다는 수준 높은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이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 위해 로에베에서는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쉬주 디자인(Shizu Design)’을 운영하는 일본계 미국인 모녀 작가를 초청했다. 


어머니 ‘쉬주 오키노(Shizu Okino)’의 이름을 딴 쉬주 디자인의 이번 작업은 바구니를 엮는 일본의 전통 기술을 응용해서 강변의 돌을 장식적인 라탄끈으로 감싸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고급스러운 끈으로 독특하게 감싼 디자인을 통해서 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이 드러날 때 이들의 손재주는 빛을 발한다. 끈으로 감싼 돌들은 곧 유명해졌고 미국 내 파인아트 뮤지엄 기념품숍과 해외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로에베와 손을 잡고 올해 밀라노가구박람회에 참가할 작품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LCW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은 LCW기간 중 해당 작품의 시연 행사를 선 보였는데, 전세계 로에베 매장에 입점할 기회 또한 갖게 되었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묵묵하게 한길을 걷는 작가들에게 희망을 준다. 쉬주 오키노 작가의 딸, 카렌 오키노 버츠바흐(Karen Okino Butzbach)로부터 로에베와의 콜라보레이션 계기와 시연 당시의 느낌, 그리고 결과를 물어보았다.



쉬주 디자인(Shizu Design)의 디자이너, 

카렌 오키노 버츠바흐(Karen Okino Butzbach)



“2018년 4월 어느 날, 파리에서 끈으로 감싼 돌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파리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작업을 알고 있는지 놀랐는데요, 몇 주 뒤 로에베에서 2019년 4월에 열리는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위한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Jonathon Anderson)은 공예품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그는 여러 국가로 여행을 다니면서 공예품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관찰합니다. 로에베의 이번 밀라노가구박람회 테마는 바구니와 공예였습니다. 로에베 측에서는 우리가 돌을 감싸는데 사용하는 라탄끈 대신에 가죽끈을 사용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 이유는 로에베의 배경이 1876년부터 스페인 왕가에 납품했던 가죽공방에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죽옷으로 갈아입은 돌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고, 로에베 측에서 밀라노 가구박람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매장에 그 돌들이 디스플레이 되기를 원했기에 우리는 같은 시리즈를 수백 개 만들어야 했습니다. 

 

LCW 기간 런던에 위치한 로에베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진행한 시연행사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어머니와 저는 이 특별한 모험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런던까지 날아왔습니다. 로에베 런던 지점은 리테일 스토어라기 보다는 아트 갤러리에 가까웠습니다. 아름다운 건축과 예술작품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방문해볼만한 가치가 있지요. 우리의 공예 시연은 빅 히트를 쳤습니다. 전세계에서 보러 온 많은 관객들 앞에서 우리의 작업을 펼쳐 보였어요. 우리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기를 바라며 로에베 측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기를 바랍니다. 관객들은 우리의 수작업을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지켜볼 수 있었고 우리도 시연하는 시간 동안 그들의 질문에 답하며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지켜보는 그들의 미소 띈 얼굴들을 볼 수 있었기에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무척 사랑합니다. 우리는 유용한 것이든 예술적인 것이든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창조적인 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큰 즐거움과 성취감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작은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로에베는 전 세계 메이커들이 만들어낸 핸드메이드 아이템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전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또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19년 7/8월호에 각색하여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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