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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쌀도 밥도 자연스런 향이 느껴지는 향곡


향곡은 한자로 香曲이라고 쓰는 모양이다. 이 곡자가 노래나 음악이라는 뜻도 있고 곡식 곡자와 통하게 쓰기도 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 향이다. 향곡은 정말로 은은한 향이 일품인 쌀이다.



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개량종 품종이 있는데, 그 향이 진하고 구수하긴 하지만 밥이 익는 동안이 정점이고, 솥을 열면 급하게 그 향이 날아가버리는 느낌이다. 반면에 이 향곡의 향은 오래오래 이어진다. 쌀의 본성에서 향이 우러나는 느낌이 든다. 마치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체취가 느껴지듯이.




이 쌀알은 확연히 찹쌀의 특징을 보여주는 하얀 쌀알이다. 낱알 크기도 큰 편이다.



찹쌀은 보통으로 밥을 지으면 약밥같은 느낌의 식감이 나기때문에 보통은 물을 좀 적게 잡고 짓는 편이다. 그런데 향곡은 보통에 거의 가까운 물로 압력솥에서 지어보았다. 그 향이 잘 느껴지려면 좀 촉촉한 것이 낫겠다 싶어서다.




밥짓기는 대만족. 약밥같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은 취향을 넘어서 잘 되었다 싶은 밥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명에 가까운 쌀알은 윤기가 흘러서 가히 아름답다.


향은 누룽지 같은 구수한 계열보다는 오히려 달달한 향이면서도 약간은 사포닌 같은 느낌이 있어서 품위가 느껴진다.


 쌀의 식감과 향을 잘 이끌어낸 오늘의 밥짓기는 88점


며칠 전에 참가한 전국 토종벼 농부대회에서는 양평전통주연구회에서 열 종의 찹쌀로 빚은 토종쌀막걸리를 시음용으로 제공해 주었다. 술 뿐만 아니라 술에 대한 데이터도 작성해서 소개를 했는데 향곡은 찹쌀이면서도 당도와 알코올 도수가 눈에 띄게 낮게 나온 모습이었다. 외양이나 밥맛으로 보아서는 찹쌀 중에서도 아밀로팩틴 함량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술을 빚으니 멥쌀 같은 느낌.


거기에 또 반전은 스티커를 붙여 선호도를 표시하는 시음자 평가에서 최상위권이었다는 것이다. 밥을 지었을 때의 그 향은 아니지만, 은은한 산미와 어우러지는 묘한 향이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향곡은 생산량이 아직 많지 않지만 언젠가는 크게 유행할 것 같은 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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