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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온 Jul 02. 2015

슈퍼푸드(Superfood)의 슈퍼하지 않음에 대하여

슈퍼푸드를 비싼 돈 주고 사 먹을 필요가 없다


슈퍼푸드(Superfood) 라는 단어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TV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온갖 다이어트 관련 정보도 그렇고 이제는 장을 보러 마트에만 가도 슈퍼푸드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그리고 그 슈퍼푸드의 종류는, 아마도 장을 보러 갈 때 마다 바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슈퍼푸드에는 한 두 가지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핫한 슈퍼푸드에는 렌틸콩이 있다. 미국 유수의 잡지에서 세계 5대 건강 식품으로 선정했다느니, 인체에 필요한 5대 영양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느니 하는 듣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수식어는 덤이다. 그런데, 정확히 슈퍼푸드란 뭘까? 단순히 몸에 좋은 식품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나마 최근 들어 가장 흔하게 쓰이는 정의를 살펴보면, 슈퍼푸드는 ‘항산화 식품’ 과 동의어로 사용하기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정의를 내려보자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기적의 식품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슈퍼푸드가 가리키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귀한 몸이다. 렌틸콩느님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슈퍼 푸드에 대한 명확한 사전적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슈퍼푸드란 어떤 특정 식품군을 지칭한다기보다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다량 포함되어 있는 몸에 좋은 식재료를 포괄하는 어떤 하나의 개념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푸드라는 단어 자체가 다분히 상업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단어라는 점 또한 생각해둬야 할 일이다. 슈퍼푸드의 정의가 칼같이 명확하고 범위가 좁혀지면, 건강 판매업자들이 팔 수 있는 상품의 가짓수가 줄어들어버린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서라도 슈퍼푸드의 개념은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려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슈퍼푸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검색해 보자.


아마씨, 퀴노아, 고지베리(구기자), 검은콩, 케일, 치아씨드, 메밀, 카카오, 블루베리, 오트, 브로콜리, 연어, 콩, 호박, 시금치, 토마토, 땅콩, 터키, 오렌지, 홍차, 요거트, 아보카도, 사과, 양파, 마늘, 버섯, 달걀, 계피, 벌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다크 초콜렛, 스피룰리나, 마카, 헴프씨드 (마자인 : 대마의 씨앗으로, 한국에서는 가열처리된 것을 한약재로 쓴다), 강황, 참깨, 들국화, 망고스틴, 아사이베리, 아가베, 망고, 발로에베라, 자두, 산딸ㄱㅁㄴ와ㅣ로ㄴㅇㄹ (쓰다 멘붕)


Superfood 로 검색해서 나오는 슈퍼푸드 소개 이미지들에서, 중복되지 않는 것을 대강 간추려 보았다. 위의 식재료 나열은 겨우 서너개의 이미지에서 발췌한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저 끝이 보이지 않는 식재료들의 나열에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건강을 말하는 여러 잡지나 매스컴에서 주장하는 슈퍼푸드들의 목록은 일치하지 않는다.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방금 위에서 가볍게 예를 보인 식으로 해 본다면 서로 중복되지 않는 슈퍼푸드 100가지를 골라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슈퍼푸드들은 각각의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선발된 것이며, 몸에 해로운 것은 딱히 없다. 그런데 우리가 가볍게 한 끼의 식사를 만드는 과정에도 높은 확률로 포함되는 식재료들도 다량 포함되어 있는 저 식재료 집단을, 우리는 왜 슈퍼푸드라고 불러줘야 할까? 영양이 풍부해서? 그 영양은 굳이 슈퍼푸드라고 이름 붙여지지 않은 다른 저렴한 수많은 다른 식재료에서도 전혀 부족함 없이 얻을 수 있는데?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볼 때, 꾸준히 먹으면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고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것 같은 식품들도 저 중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단지 우리가 들어본 적 없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드는 기분은 아닐까?


슈퍼푸드 마케팅에 의해 주목받는 식재료들이, 현대 생명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기적의 유전자 개량 식품일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수백, 수천년동안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꾸준히 먹어오던 식재료가 새삼스럽게 주목받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게다가 먹는 것 만으로도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아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음식이 아니라 약으로 연구되었어야 마땅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포함되지 않을 당장 생각나지 않는 다른 식재료들을 사용해서도 충분히 영양이 풍부한 한 끼의 식사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식품업체의 마케팅에 힘입어 가격과 포장만 더 비싸진 슈퍼푸드를 찾아 먹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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