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Need To Fly
마케팅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특히나 마케팅이 기술을 입고 마테크(MarTech)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그로스해킹, 퍼포먼스 마케팅 등이 마테크에 포함됩니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일지 기술을 통해서 찾아내고, 어떤 캠페인이 효과적이었는지, 수치적으로 나타냅니다. 이러한 마테크는 플랫폼(채널 자동 관리), 콘텐츠 전환율 측정, 고객 행동 분석 등에 활용됩니다. 그리고 아직 크리에이티브라고 불리는 캠페인 소재에는 기술이 많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건 사실입니다. 보통 기술이 들어가는 부분은 AB테스팅을 통한 어떤 소재가 더 효율적이었는지 확인하는 것, 더 나아가 고객 성향에 맞춘 소재 노출 등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제작까지 기술을 입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 덕분일까요. LG ThinkQ 오늘의 씽큐 캠페인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오늘의 날짜와 날씨 정보가 들어간 광고를 소비자 맞춤형으로 내보냅니다. 심지어 알리바바에서는 광고 카피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도 개발하여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1초에 2만 줄의 카피를 쓴다는 AI카피라이터를 통해 인간은 더 앞단의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많이 소요하고 AI카피라이터가 낸 여러 개의 시안 중 취사선택하면 메시지와 효율성 모두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이제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도 기술이 들어가며 다채로운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재작년 몽골과 인접한 중국의 한 시골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 번에 가는 비행기도 없는, 기차에서 내려 또 한참 차를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지역을 여행지로 택한 이유는 딱 하나, 자연 경관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하늘과 맞닿은 호수를 느끼며 여행 정말 잘 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길 가도 초원, 저길 가도 초원. 이동 중인 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거기도 초원, 가끔 가다 풀을 뜯어먹는 양과 눈을 마주치는 상황. 처음에는 이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계속 반복되니 결국 다 같은 그림인데 왜 굳이 이렇게 힘든 오지에 왔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관령 양떼목장도 비슷한 풍경이었을 텐데 말이죠.
제가 대관령 양떼목장이 아닌 몽골로 여행을 간 것처럼, 독일인의 72%는 휴가를 해외에서 즐긴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독일 철도청의 매출은 해당 기간 동안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독일인들의 국내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독일 철도청은 재미있는 캠페인을 기획하게 됩니다. 간단한 아이디어 같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기술들이 결합되었죠.
원래는 이번 휴가 때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가고 싶었다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그랜드 캐년과 거의 90% 유사한 지역이 독일에 있다면? 해당 지역도 여행 선택지 중 하나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러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NO NEED TO FLY 캠페인에는 Lookalike Image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바로 해외의 유명 여행지와 비슷한 사진을 Getty Image에서 찾아주는 것인데요. 구글, 네이버 등의 검색엔진에서도 바로 이런 유사 이미지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철도청은 Getty Image와 함께 독일 철도청만을 위한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했죠. 유사한 이미지를 찾을 땐 딥러닝 기반으로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컨볼루션 신경망) 기술을 적용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특정 영역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요소들을 추출하게 됩니다. 여기서 요소는 색상이나 모양, 패턴 등이 되겠네요. 이러한 분류과정을 거쳐 가장 유사한 이미지 군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그럼 독일 철도청은 구글이랑 손을 잡을 수도 있었는데, 왜 굳이 Getty Image와 함께했을까 생각해보면 저작권 이슈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구글에는 저작권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반 사용자들의 사진이 많이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단순 비슷한 여행지 이미지만 보여주고, “어때 독일 여행을 해보고 싶지 않아?”라고 했다면 그냥 딱 거기까지였을 것입니다. “가 보고 싶긴 하네.” 그런데 NO NEED TO FLY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가격’에 포커싱 한 것입니다. 해외의 특정 지역으로 가는 비행기값은 1,000유로인데, 독일로 여행을 가면 19유로에 갈 수 있어 00% 이득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층 더 들어갑니다. 해당 광고를 보고 있는 현재의 실시간 비행기 가격과 비교하여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지역 타겟팅을 통해, 내가 지금 있는 지역의 가장 가까운 공항에서부터 해외 여행지까지의 최저가 항공비를 real-time으로 가지고 옵니다. 실시간 가격과 비교되기에 사람들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광고를 바라보게 됩니다.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 진짜 일어날법한 일이기에 광고 소재 클릭률은 더욱더 올라가게 되죠.
이러한 데이터와 기술을 조합한 기발한 캠페인으로 6.61%의 전환율과 철도청의 수익을 24% 상승시켰다고 합니다. 특히 Instagram과 Facebook을 통해 여행정보를 얻고, 또 결정하는 요즘 세대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정확한 매체에 노출시켰기에 효과가 더욱 좋았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여행 정보를 노출시키고, 어떤 여행지를 제안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이미 많이 행해진 지금. 독일 철도청은 비슷한 여행지를 비교/추천해줌으로써 차별화를 시켰습니다. 제일 앞에서 말했듯, 이미 마테크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타게팅, 소재 변경 등은 많이 행해졌지만 광고 소재까지 개인화되고 있는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죠.
단순히 광고 소재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유사 이미지 기술은 여러 서비스에 접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정확한 이미지를 찾는 게 아닌 비슷한 이미지 집단을 이용하는 거라면 더욱 활용도가 높을 것입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셀프로 방을 꾸몄는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무드보드입니다. 무드보드를 그려보면 대략적인 느낌을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들을 이미지들을 모아 구상하고, 어떤 제품을 살지 구체적으로 감이 옵니다. 이런 무드보드를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생긴다면 여기에 이미지 유사 기술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원하는 유형의 이미지를 넣으면 그와 비슷한 이미지가 찾아져 전체적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만일 여기에 이미지 to 이미지 결과값 도출 뿐만 아니라, 형용사와 같은 텍스트 단어를 넣었을 때 이미지로 치환해주는 기술까지 들어간다면 완벽해질 것입니다. 따뜻한, 차가운 등과 같은 단어는 이미지로 표현하기 어려우니까요.
장소를 찾는데 이미지 검색만큼 유용한 것 없을 것입니다. 간혹 인스타 카페, 맛집 포스팅을 보면 장소태그가 안 달려있는 게시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게시글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립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죠? 정보좀요~’ 이렇게 태그가 안 달린 장소들을 유사 이미지 검색으로 찾아낸다면? 이미 다른 누군가가 올린 게시글엔 장소 태그가 걸려있을 확률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유사 이미지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장소를 찾아내고, 다른 이미지에 걸린 장소 태그를 가지고 와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지금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 위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내용입니다 =)
- 그리고 아래 'Trend Insight'에도 동일한 내용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