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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eun Seo Jun 14. 2017

하이퍼 리얼리티와 시뮬라시옹

-Business Insight

친구가 물어본다. 요즘 어떻게 살고 있니?

나는 대답한다.

응 이번에 벤츠로 바꿨어.      


과거에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즉 어떠한 것을 생산하는 사람인지로 나를 표현하였다.

나는 선생님입니다. 나는 작가입니다. 나는 디자이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내 직업만으로는, 내가 무엇을 생산하는 사람인지로만은 온전히 나를 표현하기 힘들다. 나는 래미안에 산다. 몽블랑 지갑을, 스메그의 냉장고를 사용하며, 오혁의 음악을 듣고 있다.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지금은 내가 무엇을 생산하는 사람인 지보다, 내가 무엇을 소비하는 사람인지가 나를 더욱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주류 경제학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이분법적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생산은 생산이고 소비는 소비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소비가 곧 생산인 시대. 즉 소비를 통해 나의 이미지를 재생산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의 등장과 성장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나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도 나의 실제 모습 따위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 남들이 인식하는 이미지 그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 시뮬라시옹 사회에서는 실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실체를 반영한 그림자 그 자체를 진짜보다 더 진짜로 인식한다. 실재를 반영한 그림자는 실재로부터 독립되어 개별적 생명력을 얻는다. 그렇게 실재에서 독립된 그림자는 복제되어 또다시 이미지를 무한히 생산해낸다.


하이퍼 리얼리티는 나의 실체를 지워버린다. 그래야만 시뮬라시옹을 통해 만들어진 시뮬라크르 그 자체가 완벽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연예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실체를 알지 못한다. 이미지 즉 우리에게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판단한다. 실재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지는 실재에서 독립적이다.      




플라톤의 동굴이론으로 쉽게 설명 가능하다.




이는 브랜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브랜드는 시뮬라시옹(브랜딩 / 마케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실재에서 독립되어 시뮬라크르(하이퍼 리얼리티)를 만든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에 담겨 있는 고유의 이미지를 구매하고 소비한다. 기능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식이다. 소비자는 이미지를 구매한다. 소비를 통해 또다시 나의 이미지를 재 생산해낸다.          



결국 반영 > 왜곡 > 독립의 과정을 통해 시뮬라크르는 완성된다.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책 시뮬라시옹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미지는 실재의 반영이다.     

이미지는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     

이미지는 실재와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이미지는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이다.          



그렇다. 실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식 그 자체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이미지 즉 인식이다.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들에 포위되어 살아가고 있는 시대. 오리지널의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


우리는 하이퍼 리얼리티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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