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git Apr 21. 2022

자전거 또또또수리

다람쥐도 아니면서 물건을 쟁인다

나는 좋은 물건을 사고 그걸 오래오래 쓰는(이라고 쓰고 장식하는으로 읽는다)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이나링고가 사용한것과 같은 모델의 청록색과 금빛이 아름다운 일렉트릭기타와 하얀색의 브롬톤 자전거도 그런 물건중 하나다.  십년전쯤부터 접이식 자전거와 형태가 특이한 자전거가 엄청 유행했었다. 스트라이다라는 삼각형 모양의 자전거와 접는 자전거, 픽시라고 하는 얇고 바퀴가 크고 날렵한 자전거를 사람들이 좋아했다. 나도 그 유행을 참기 어려워서 스트라이다를 구입했지만 팔힘이 부족한 나는 타는것이 영 어려워 얼마 안가서 중고로 팔아버렸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으니 하나를 팔았으니 하나를 다시 챙겨두어야 할것 같은 마음이 생기던 참에, 아는 언니가 자전거 기변을 한단 소식에 얼른 내가 구입했다. 브롬톤이라는 브랜드의 유명한 접이식 자전거인데, 중고여도 너무 비싼 가격의 하얗고 예쁜 자전거였다. 원 주인인 언니가 워낙 멋쟁이라서 손잡이며 안장도 예쁜 가죽으로 바꾸고 깨끗하게 탄 자전거라 제값보다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한다.

이 자전거를 사자마자 자전거 수리점에 가서 점검을 받고 파란 헬멧도 샀다. 애매한 사이즈로 팔리지 않아 남아있던 하지만 내눈에 딱 들어온 값이 생각보다 비쌌던 헬멧을 샀고 수리를 받았다. 그리고는 한강에서 두어번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도로를 슝슝 거의 자동차처럼 아니 비행기처럼 달리는 라이더들 때문에 자전거 타는 길이 너무 겁났다. 호달달 떨면서 자전거를 탔다가 겁이 너무 나서 멈췄다가해서 넘어질뻔 하기도 했다. 어릴때는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가 까지는게 아무렇지도 않더니, 어쩌다 나는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이 된것인가! 자책을 하면서도 너무 겁이나서 더이상 타기가 어려웠다. 이후로  파주로 이사를 와서 다시 수리를 하고 타이어를 갈고는 행주산성길을 한번 달렸다. 하지만 저질체력과 주변에서 쌩쌩 달리는 자전거에 겁먹은 나는 더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말로만 장식이지 자전거는 오랫동안 고양이들의 털과 먼지가 체인의 기름에 엉켜서 패잔병같은 꼴을 하고 썬룸 구석에 접혀있었다. 


2013년의 내 자전거

이 자전거를 이렇게 두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아버리던지 정말로 타던지 둘중 하나는 해야한다. 내 몸은 늙고있고 그림 그릴때 체력도 너무 딸린다. 이왕 자전거도 가지고 있으니 자전거를 열심히 타면서 다리 힘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또다시 자전거 수리를 했다. 자전거 수리점에서 내 자전거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타이어 쓰레드는 거의 그대로지만 너무 안타 삭아버린 타이어를 갈기로 했고 자전거 세척을 해야한다고 했다. 체인 사이사이에 고양이 털과 먼지가 너무 많다고 했다. 수리는 반나절 정도가 걸렸다. 너무 더러워서 세척비도 추가로 지불했다. 워낙 안탄 자전거라 특별히 고장난곳은 없다고 했지만 수리와 교체에 돈이 많이 들었다. 이제 두어번만 더 수리를 하면 내가 샀던 금액을 초과할것 것 같다. 자주 탔으면 수리비가 아깝지 않을텐데 세워만 두었다가 쓸데없는데에 돈쓰는 나, 한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