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자라야지
어서 자라서 네 몫을 해야지
어서 자라서 네 자리를 차지해야지
자 어서.. 어서..
땅 속 저 깊은 곳에서 고요히 쌔근대던 씨앗은
마치 황홀한 꿈을 꾸는 듯,
여전히 평온하다
깜깜한 이곳이 좋은 이유는
그 어떤 목소리들도 내게 닿지 못하고
그 어떤 관심들도 내게 손짓하지 못해서
누구보다 나를 아끼는 목소리들과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관심들이
내게 닿지도, 손짓하지도 못한다
땅 속에서도 충분히 꿈꿀 수 있고
이곳에서도 충분히 자랄 수 있다
숨 쉬고 있는 오늘,
나는 분명 어제와 달라져 있다
어서 자라야지
어서 자라서 네 몫을 해야지
어서 자라서 네 자리를 차지해야지
자 어서.. 어서..
여전히 나를 아끼는 목소리들과
나를 사랑하는 관심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지금도 꿈꾸고 있고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으며
보이지 않지만 어제와 달라진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