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피아절에가다 Nov 22. 2024

시집을 앞에 두고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고 사는 사람의 삶은 어떤 것일까

어스름이 찾아올 때쯤,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는다

마음속 꼭꼭 닫아 둔 서랍을 고이 열어 침잠한다

깊이 더 깊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곳을 감지하지 못한다

시공간의 확장만이 있을 뿐

나란 존재는 희미해진다

오직 그것만 있을 뿐

오늘 저녁도 그것을 찾아 침잠한다

깊이 더 깊이

짙어졌던 어스름이 서서히 걷어지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곳, 나란 존재는 선명해진다

투명해진 저녁을 다시 서랍 속에 숨겨둔다

깊이 더 깊이

어스름은 다시 또 찾아올 것이고

나는 나만의 서랍을 열 것이고

숨겨둔 저녁을 다시 꺼내

깊이 더 깊이 침잠할 것이다

그 투명해진 저녁을 더 투명하게 만들면서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고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