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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협 Mar 28. 2017

영화 '아빠는 딸’
첫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

나에게 굴러온 복덩어리, 영화 '아빠는 딸'


처음 대본을 받던 날, 나는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대본을 읽었다. 대본은 한숨에 끝까지 읽혔고, 읽고 난 후 나의 생각은 '뭐 이런 복덩어리가 나에게 왔나였다. 


대본에는 유머가 넘치고 무엇보다도 서로를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나는 당장 일본 원작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찾아 읽고 일본 드라마도 챙겨 보았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절제된 유머와 교훈이 잘 묻어나 있었다. 그 길로 제작사를 찾아갔고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우린 한국영화라는 것이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는 절제된 유머와 교훈이 통하지만 한국영화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더욱더 캐스팅이 중요했고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영화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몸이 바뀐 주인공의 코믹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심한 감정표현이 필요했다.

 

아빠와 딸이 서로의 삶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과정, 소통을 넘어서는 공감의 과정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드라마는 그것을 말로 풀어 친절한 교훈을 주지만 한국영화는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을 가르치려 든다면 분명 부작용이 생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몸이 뒤바뀐 아빠와 딸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 보았다. 극 중 인물과 비슷한 나이 때의 배우들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사회의 중심에서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저씨'로 뭉뚱그려지는 현대 중년 남자들의 모습과 몸이 바뀌었을 때 가장 능청스럽게 전혀 반대되는 여고생의 모습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저씨의 모습을 연기할 배우야 많이 있지만 문제는 딸의 모습을 연기했을 때 가장 큰 대비를 보여주면서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았다. 그때 떠오른 것이 영화 '고령화 가족'이었다. 

그래, 윤제문이다!


고령화 가족에서 그가 보여준 생활밀착형 코믹 연기는 조금 과장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캐스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행히 윤제문 배우님 역시 대본에 상당한 애착을 보여 바로 합류하게 되었다. 

정말 든든한 캐스팅이었다. 물론 그 후로 생각지 못한 우여곡절도 만나게 되지만 이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는 윤제문이라는 생각은 개봉을 앞둔 지금 더욱더 확고해졌고 영화로 증명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이 보낸 딸, 정소민

 

사실 딸 역할에는 모 여배우가 캐스팅이 되어 있었다. 나이가 어린 여배우였는데 대본 리딩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대부분이 여고생보다는 아저씨를 연기해야 하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그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 여배우가 하차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촬영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새로운 배우를 찾아야만 했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때 기적같이 나타난 배우가 정소민이었다.

 

정소민은 열정과 패기가 가득하지만 외모랑 달리 털털함이 생활인 배우이다. 뭐든 문제가 주어지면 피하는 법이 없이 돌파해 나간다. 극 중 아빠를 연기하기에는 최적의 배우였다. 그야말로 기적같이 다가온 완벽한 배우였다. 영화를 보게 되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즘 그녀의 연기력은 드라마에서 마구마구 발산되고 있고 '아빠는 딸'로 정점을 찍게 될 것이다.

 


든든한 배우 좌'제문' 우'소민'에, 완벽한 대본까지! 

입봉 감독에게 이러한 행운이 있을까? 

순조로울 거라고 생각했던 내 기대가 무색하게, 

촬영이 시작되고서 뜻밖에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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