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협 Mar 30. 2017

영화 '아빠는 딸’
두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

촬영 시작 5일째, 최대의 난관에 부딪치다.

촬영이 시작되고 5일째 되던 날, 나는 최대의 난관에 부딪쳤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준비는 헛수고가 되었고, 그야말로 혼돈의 시작이었다. <아빠는 딸>은 바디 스위칭 영화이다. 아빠와 딸이 몸이 바뀌어 서로의 일과를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장르의 특성이 맞게 서로가 몸이 바뀌었다는 것을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최고의 목표이자 챌린지였다. 

 

고민의 흔적들.


화 촬영을 시작하기 전, 나는 나름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바바리맨이라는 의심을 받아가면서 여고생들도 관찰했고, 비슷한 나이대의 직장인 남자들도 관찰하며 그들의 행동 특징들을 데이터로 만들어 놓았다. 대본을 반복해 읽으면서 세세한 동선에 동작들까지 상상해보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도 준비해 놓았다. 


어떻게 행동하면,
정소민 배우가 아저씨처럼 보일까?

윤제문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해야 여고생처럼 보일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흥미롭고 기대대는 촬영이었다. 하지만 촬영 5일 차, 그 모든 준비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바뀐 몸을 연기하는 날이 왔다. 촬영이 시작되고,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촬영본을 보던 나는 서서히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 미장센 (영화의 한 프레임 내에서 배우와 세트 디자인의 고정된 배열을 묘사하는 프랑스어) 은 경직되었고, 두 배우의 연기는 그 안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 코미디는 고사하고, 정작 중요한 드라마마저도 놓치는 느낌이었다.


분명 뭔가 잘못되고 있었는데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현장 편집본을 보고 또 보면서, 그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라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촬영은 없었지만 정소민 배우가 나를 찾아왔다. 본인도 연기를 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 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긴 대화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이 영화의 본질은 겉모습을 바꿔 살아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것을 통한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관객들에게 전해야 하는데, 그런데 나는 그저 겉모습에만 집중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잊고 있었다. 정소민 배우와의 긴 대화 이후, 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정소민 배우가 표현하는 아버지의 마음
윤제문 배우가 표현하는 딸의 마음...

이 영화에는 모두가 경험한 적이 있는 아버지의 마음과 자식의 마음이 녹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두 배우의 열정이 관객에게 그 마음을 선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아빠는 딸’ 첫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