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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협 Apr 04. 2017

영화 '아빠는 딸’
마지막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의 주목 포인트, 코미디를 살려준 배우들

박명수씨를 위한 편의점씬

사실 박명수씨가 나오는 편의점 씬은 박명수씨를 위해 촬영 중 만들어진 씬이다. 한창 영화 촬영이 진행되던 때,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씨의 출연을 낙찰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걱정부터 앞섰다. 그에게 줄 역할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300만 원이라는 낙찰가는 그 무엇보다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명수씨의 출연은 양날의 칼이었다. 코미디언들은 TV에서 볼 때는 그 진가를 발휘하지만, 보통 그 모습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면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게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박명수씨의 촬영 날, 나는 마음에 부담을 한가득 안고 촬영장으로 갔다. 촬영장에는 무한도전팀까지 해서 평소보다 두배는 많은 스텝들이 있었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모르고 있던 나에게 무한도전팀은 방송용 핀 마이크까지 채워주었다. 안 그래도 좁은 현장 여기저기를 카메라 수십대가 찍어댔다.

촬영이 시작되었고, 박명수씨가 방송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의 어색한 연기가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이고 뭐고 이러다 이 씬은 편집해야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수선한 현장에 긴장감이 필요했다. 나는 잠시 촬영을 중단시키고, 박명수씨와 함께 수정했으면 하는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웃음도 줄였다. 박명수씨도 분명 이런 분위기가 상당한 부담스러웠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휴식중에도 한쪽 구석에서 뭔가 중얼거리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네가 나던 내가 나던,
네 몸이 내 몸이던, 내 몸이 네 몸이던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만 건강하면 되지! 

이런 미친것들이 와가지고. 꺼져!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고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데, 심기일전한 그의 애드리브가 폭발을 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박명수, 그는 역시 프로 중에 프로였다. 주옥같은 애드리브를 날리고, 그는 유유히 퇴근했다. 부담감 가득했던 촬영은 그렇게 반나절만에 끝이 났다. 그의 애드리브는 영화 예고편에도 삽입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박명수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최강 애드리브 콤비 강기영과 이미도


영화에서 나대리(이미도)를 짝사랑하는 주대리(강기영)가 아빠 몸의 코치를 받고, 나대리에게 고백하는 씬이 있는데 원래 대본에는 없는 씬이었다. 대본상에는 둘의 관계에 대한 결말이 없다 보니, 아빠의 몸이 된 여고생 도연이 주대리에게 열심히 연애코치를 해 주는 장면이 잘 살지 않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아빠와 딸의 관계에 온 신경이 쏠려있어서, 나대리와 주대리의 러브라인까지 마무리 지어줄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둘의 관계가 깔끔하게 끝나지 않아, 뭔가 계속 찝찝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분량을 촬영하던 중 현장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서너 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서너 시간이면 씬 하나를 찍을 수 있는데 너무 시간이 아까웠다. 그때 든 생각이 주대리의 고백 씬이었다. 문제는 고백 씬이 대본상에는 없는 내용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급하게 쓰다가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이 나올 것 같아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나는 미도씨와 기영씨를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사실상 큰 상황만 던져주고 두 배우에게 모든 걸 맡겼다.

촬영이 시작되고, 두 배우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애드리브 연기를 시작했다. 워낙 호흡이 잘 맞는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능청스럽게 애드리브를 주고받았다. 머릿속에서 영 안 풀리던 씬이, 원래 대본에 있었던 씬처럼 자연스럽게 모니터 상에 펼쳐졌다. 두 배우가 열연해 준 그 장면은 영화에 들어갔고, 두 사람의 관계에 정점을 찍어줌과 동시에 아빠 몸의 캐릭터도 함께 살려주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감독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랑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열심히 준비한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 감독으로서 나의 부족함을 넓은 포용력으로 감싸고 채워준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가 함께 한 이 모든 노력들이 좋은 결실로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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