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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Dec 04. 2023

찬델라 왕조의 사원은 대추마을인  카주라호로!

인도는 요즘이 한참 결혼시즌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한밤중에 결혼식을 하는 걸까? 호텔에 도착하면서부터 북적이던 바로 옆 호텔에서는 12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풍악을 울리며 한 쌍의 커플을 탄생시켰다. 겨우 소음이 잦아들어 잠을 청하려 하자 다시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일출을 보겠다고 새벽부터 갠지스 강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잿빛 안개(?)로 뒤덮인 강은 붉은 태양을 가려 해가 중천에 오르고 나서야 겨우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돌아가는 길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도 여자들의 전통의상은 참으로 독특하다. 화려한 색상의 천은 온몸을 감싸 발까지 내려오고 다시 두파타라는 천까지 길게 늘어뜨렸지만 옆에서 보면 중간 허릿살이 그대로 보인다. 중년 여성들만 봤기 때문일까? 고기를 일절 먹지 않고 요가로 몸을 수련한다더니 날씬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나는 왜 부리부리한 눈에 까무잡잡한 그들의 쳐다보면 두려운 걸까?


바라나시는 온통 공사 중이다. 요즘 뽑힌 새로운 정치가가 우리의 새마을 운동과 같은 정책을 펼쳐 길을 넓히고 오래된 건물은 리모델링 중이다. 멋진 건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으나 이곳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단다.

 

다음 목적지는 카주라호다. 처음에는 무슨 호수인가 했는데 카주는 대추라는 뜻이요 라호는 마을을 뜻한다. 옛날에는 대추나무가 많았나 보다. 가이드는 코로나로 4,5년 동안 이곳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길이 몰라볼 정도로 넓어지고 좋아졌다지만 덜컹거리는 도로 때문에 밤새 못 잔 잠을 청하기는 어려웠다. 



패키지여행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버스는 들과 들 사이를 끝없이 경적을 울려대며 달렸다. 그 넓은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봄이면 끝없이 유채꽃이 피어 멋지다는데 지금은 가끔씩 핀 유채꽃을 볼 수는 있었다.  이제는 무리 져 지나가는 소나 양들의 모습도 익숙해졌지만 어제 갠지스 강에 죽어 떠내려가는 소를 보고 또 도로에 이따만한 소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고 나니 마음이 짠하다.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암컷에서는 우유나 치즈를 얻어 수입을 내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에서 수소는 그저 애물단지였다. 수소들은 버려진 채 길가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그나마 소고기를 먹는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소비되고 수출되기도 한다고는 한다. 



얼마쯤 갔을까? 갑자기 버스가 서더니 작은 사원으로 보이는 곳에 버스를 세운다. 조수는 내려서 사원에 돈을 내고 무사히 넘어가기를 기도했다. 얼마나 험하기에 하며 잠깐 겁이 났지만 생각보다 험하지는 않았다. 열악한 산길을 돌고 돌며 힘겹게 고갯길을 넘어갔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원숭이였다.  그들은 혹시나 먹을 것을 주지는 않을까 하며 난간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국립공원이라는 이곳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다는데 차가 다니는 도로에 칸막이조차 없다. 게다가 사람을 태운 릭샤도 지나고 있다. 국립공원 앞의 사파리 투어 광고를 보니 사실이기는 한 것 같은데....

무사 운전을 기원하는 사원


길고 긴 시간을 달려 드디어 카주라호에 도착했다. 앙코르와트의 사원처럼 호수(?) 너머로  화려하게 부조된 첨탑이 보였다. 카주라호의 서부에 있는 사원들은 시바 또는 비시누 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950년부터 1050 년 사이의 찬델라 왕조 시기에 조성된 사원으로 현재 20여 개 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중세 인도의 부조를 대표하는 사원들의 내부와 외부에는 화강암과 사암으로 만든 정교한 조각품이 가득하다. 하나하나 끼워 맞춘 다양한 종류의 조각상은 섬세하기가 이를 데가 없고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왕실 행렬과 군악대를 동반한 말과 코끼리 멧돼지와 염소와 같은 동물을 비롯하여 당시의 삶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간쯤의 자리를 차지한 성적인 조각품들은 삶과 사랑의 지침서라는 '카마 수트라'를 보고 만들었다는데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다.  

비슈누 신의 부인인 락슈마나 여신을 모신 사원


당시 사회는 성을 포함해 삶의 모든 부분을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여겼다. 타 종교처럼 수행만 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성이라고 생각했다. 터질 듯 풍만한 가슴으로 농염하게 S자를 그리고 서있는 여인들, 에로틱한 미튜나(남녀교합상으로 한쌍의 남녀, 성적 결합을 의미)부터 머리채를 붙잡혀 억지로 당하는(?) 모습까지. 또 그들을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주변 사람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그들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부끄러워하거나 부러움에 가득 차 있다.


사원이라면 신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나의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그 정교함과 묘사력에서는 그저 엄지 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힌두교의 사상은 다르마(의무) 아르타(성공) 카마(즐거움)를 따라야 모크샤(해탈)할 수 있다고 하더니, 남녀가 결합하고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절정의 상태를 해탈의 경지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대추나무만 무성했던 척박한 땅에 인구가 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성문화를 가르쳤을까? 

이런저런 생각의 나래를 펼쳐본다. 하여튼 이들 사원은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코와 주둥이가 큰 멧돼지 다리 사이에는 커다란 뱀 한 마리가 있고 몸에는 수많은 신들이 조각되어 있다. 악마가 육지를 바다 밑으로 끌어가려 하자 육지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멧돼지로 변해서 앞니로 육지를 올렸다는 비슈누 신을 모시고 있다

거대한 멧돼지 형상을 취하고 있는 비슈누 신의 3번째 화신이 있는 바라하 사원


칸다리야 석굴 앞에는 비슈누의 4번째 아바타인 사자가 소녀와 교감을 나누는 석상이 있는데  무섭게 보이지 않고 친근해 보인다.
수려한 조각상들은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부서져 있다.
출구 쪽에 있는 사원은 다른 사원과 달리 돌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지 않았다.


힌두 사원에 링가와 요니가 있는 것은?

힌두 사원 안에는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한 검은 돌 링가와 여자의 성기모양을 한 요니가 있다.  이 또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수행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던 시바신이 젊은 남자로 변해 수행자들의 부인을 유혹해 밤새 춤을 추며 놀았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수행자들은 시바의 성기가 떨어지라고 주문을 걸었으나 화가 난 시바는 자기가 본인의 성기를 자르고 사라져 버렸다. 


그 후 만물은 생식을 중단하고 세상은 황량해졌다. 수행자들은 시바의 부인 삭티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자 삭티는 여자의 성기 모양으로 변해 시바를 유혹하자 시바는 자기의 성기를 다시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은 다시 풍요로워졌고 그 후 시바의 사원 안에는 생식의 상징인 링가와 요니를 모시게 되었다. 힌두교도들은 시바의 신을 만나러 갈 때는 몸을 깨끗이 하고 깨끗한 물과 새싹 과일 그리고 말린 쌀을 바치며 감사하고 보살핌을 기원한다고 한다.


신선하고 독특한 인도의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사원을 보았다. 조금은 낯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에로틱한 부분이 사원에 있다는 것이 신기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그 외의 생활상이 더 많이 표현되어 있다. 아마 가이드가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지 않았으면 그저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정도다.  다행히 영국인들에 의해 발견됨으로써 지금 그 시대의 생활 상과 힌두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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