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그런 날도 오겠지!
퍽 힘든 날들이었어요.
아직 다 지나가지는 않았어요. 되는 일은 없고, 해야 할 것 같은 일은 많고, 매일을 바쁘게 살아도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어요.
나만큼이나 힘든 사람에게 힘든 내색은 할 수 없어,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말들로만 대화를 이어가요.
그리곤 때때로
"나 나중에 ~할까? ~해도 돼?"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힘든 마음을 여기에 두고,
잠깐 미래의 다른 좋은 곳에 다녀올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물었어요.
"나 나중에 노오란 색 페인트로 거실 한쪽 벽 칠해도 돼? 우리 같이 살면 말야. 친환경 페인트로!"
그럼 돌아오는 대답은, 어느 질문에나 그랬듯이
"그래. 그렇게 하자"
아직 먼 미래이고, 노란 페인트 얘기는 내일, 모레면 기억도 안 날거에요. 그렇지만 뭐든 매번 내 뜻대로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거에요.
해질녘 노오란 벽 앞, 우리는 나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어요. 테이블 아래에는 귤 냄새를 맡고 쪼르르 달려 온 우리 똥강아지가 킁킁, 꼬리를 흔들거에요. 겨우내 귤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왔다며 투덜거리는 보오를 안아주고, 나는 코코아를 마실거에요. 해가 다 넘어갈 때까지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그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많고 많은 날들을 살아가다 보면,
그 중 그런 날도 하루쯤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