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기능시험 연수 첫 날
“하기 싫어. 무서워. 안 할거야. 나는 차도 없어. 어차피 장롱면허가 될텐데 뭐!?”
온갖 핑계를 대서라도 피하고 싶었던 운전,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께서 따라고 하실 때는 듣지도 않더니,
나는 결혼하자마자, 신랑에게 설득 당해 순순히 학원에 등록을 했다.
(신랑은 고집불통인 나를 몇 마디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것 같다. 아마도.)
“나중에 우리 아가 생기면, 나 없을 때 병원도 데려가고 해야 하잖아.”
- “음 그건 그렇지.. 그럼 아가 생기기 전에는 딸게.”
“작년에도 결혼하면 딴다고 했잖아..? 안돼 안돼 더는 미루면 안돼. 4월 전에 따.”
- “알았어 알았어~~”
“면허 따면, 폰 바꿔줄게.”
- “진짜!?”
논리에 설득 당한 것인가, 당근에 넘어간 것인가.
그렇게 운전이 무섭고 싫다고 입에 달고 살면서도, 은근히 ‘나라고 못하겠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막상 운전을 하게 되면 굉장히 잘 할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원래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첫 기능시험 연수를 받고 온 오늘(1월 4일), 나는 면허 취득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어려운 걸 다들 어떻게 합격한거지???’ 하는 생각이 연수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맨 처음 조수석에 앉아, 강사의 시범을 보는 순간부터 나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다.
날이 춥긴 했는데, 입김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고,
옷도 따뜻하게 껴 입었으니 추위가 아니라 긴장에 떤 것 같다.
전조등을 켰다 끄고, 방향 지시등을 켰다 끄고, 와이퍼, 기어, 브레이크 등등
강사의 쏜살같은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저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질문도 딱히 없었다.
“이제 몰아보세요~”
- “네?”
고작 한 바퀴였다. 조수석에 앉아 편안하게 관람하던 나는 순식간에 운전석에 앉게 되었고. 차게 식은 발을 페달 위에 얹었다.
하라는 대로, 손과 발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차가 내 걸음 걷는 속도 정도로 삘삘삘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앞으로 가는 거였다니? 브레이크를 이렇게 살짝 밟아도 차가 서는 거였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연달아 브레이크를 꾹꾹 밟아대는 통에, 나는 운전석에서 차멀미로 고통받았다. 물론 범인은 나였다.
그동안 조수석이나 뒷 좌석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느끼며 꾸벅 꾸벅 졸곤 했는데, 그게 운전자의 엄청난 스킬 덕이었다니 새삼 놀라웠다.
트랙을 돌고 돌았지만 나는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돌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핸들을 돌리고 땡기고 어쩌고 하는 것조차 지금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2시간 가량의 연수가 끝나고, 강사에게 ‘2종 오토 직각 주차 공식’ 종이를 받았다.
“내일까지 이거 꼭 외워오세요~!”
- “...”
강사가 활기차게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면 안된다는 게 신랑의 평소 입버릇인데, 왜 그 순간에 그 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 이걸 외울 자신도 없고, 외운다 해도 몸이 그대로 움직여 줄 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셔틀 버스에서, 앞자리에 앉은 수강생이 무려 다섯 번 만에 기능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
과연 나는 몇 번 만에 합격을 할 것인가!
아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