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각 주차,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시험 전에 몹시도 긴장하는 편이다. 한 일주일 전부터 시험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전날에는 소화도 잘 안 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한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모든 시험이 그렇듯이, 떨어지면 다시 보면 된다. 나도 알고는 있다.
잠들기 전 신랑이, 괜한 걱정 말라고, 재검비는 몇 번이고 내 줄 테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와의 싸움이다. 누가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시험에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한번에 덜컥 붙어버리고 싶다.
나도 알고 있다. 완벽하고자 하는 내 욕심이, 긴장의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시험을 봤던 것이 언제였더라. 학교 때였나, 아니면 회사 면접?
시험이란 말 자체가 사람을 참 작게 만든다.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고, 안절부절하게 만든다.
연수 두번째 날,
나를 직각 주차의 세계로 인도할 두번째 강사는 충청도 말씨가 정겨운 아저씨였다.
첫 날 만났던 강사와는 다르게 태도가 조금 느슨해 보여, 다소 불안한 감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말씨만 정겹지, 프로는 프로였다. 그의 지시에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던 나는, 어느새 피식 피식 웃기까지 하며 주차를 해내고 있었다. '내가 모는 차 엉덩이가 이렇게 쉽게 쑥 주차 자리에 들어가다니?'.
말투가 꼭 우리 시아버지를 닮은 그 강사는, 시아버지만큼이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분명히 첫 날에는 떨리고 무서워서 궁금하고 잘 모르는 것들을 제대로 질문하지도 못했었는데, 머릿속에만 있던 두려움과 호기심, 수많은 질문들이 두번째 연수에서 뻥-하고 터져나왔다.
"선을 보라는 건 알겠는데, 핸들을 얼마나 꺾어야 저길 돌 수 있는 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하다가 선을 넘어가면 어떻게 해요?"
"연석 위로 올라가면 어떻게 해요?"
나는 폭포처럼 질문을 쏟아냈고, 강사는 그 때마다 특유의 '허허'하는 웃음으로 이렇게 답했다.
"뭘 어떻게 해, 그렇게 하면 감점이지. 이거 잘하는 거 아무 소용 없고, 도로에서 잘 하면 돼.
100점 안 맞아도 돼. '못하면 어떡하지' 생각하지 말고, '내가 너무 잘하면 어떡하지?' 생각을 해."
'잘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라니.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덕분에 나는 첫 날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시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내가 그렇게 바라던 100점! 감점이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출발하니, 그리 떨리지 않았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엉금 엉금 도착지점을 지나자, 합격을 알리는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내가 무슨 금메달리스트라도 된 것처럼 뛸듯이 기뻤다. 차에서 내리자, 그 강사 아저씨가 추위에 빨개진 두 손을 내게 펼쳐보였고, 나는 운동회 때 달리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초등학생처럼 하이파이브를 하고, 폴짝 폴짝 뛰었다.
'요근래 이렇게 신나는 일이 또 있었나!'
너무 오랜만에 맛 본 성취였다. 나의 면허를 바라는 몇 명에게 신나게 카톡을 하고, 자랑을 하다 하다 못해 심지어는 시어머니께 전화해서 한참을 재잘거린 후에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집에 가는 길, 내게 주는 보상으로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샀다. 칭찬용 고구마는 더 달구나!
이제 도로주행만 남았다.
'도로주행, 내가 너무 잘하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