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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Mar 12. 2021

콘텐츠 리터러시

정보 큐레이션의 비극


  1. 최근 <피터 드러커 자기경영노트>를 인상 깊게 읽었다. 책에서 핵심적으로 느꼈던 것 하나를 꼽자면 바로 "일반 현상과 특수 현상을 구분하라"이다. 거칠게 말하면, 전자는 어느 정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끄집어내서 하나의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후자는 뜬금없는 계기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경우이다. 물론 둘은 정확히 구분되기보다는 연속인 관계이다.






  2. 가령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역주행 현상은 위 기준으로 분리할 수 있다. 역주행이란 말 그대로 그 자체로 특수한 현상임을 함축하고 있는데, 분석해보면 의외로 맥락과 인과관계 하에서 설명할 수 있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깡'이나 '향수 뿌리지마'는 유튜브 커뮤니티화의 역할이 컸다. 넓은 대양에서부터 해류를 타고 해안가로 쓸려오는 물건들이 있는 것처럼, 당분간은 '유튜브발' 역주행은 꾸준히 나타날 것이다. 최근 역주행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3. 반대로 '다운타운 베이비', '오래된 노래' 등 유명인의 샤라웃으로 떠버린 경우는 특수 현상이다. 톱 가수는 방송을 통해 수많은 곡들을 부르고 입에 담기 때문에 그 파급력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쨌든 같은 역주행도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일반 현상이 우리가 조금 더 인사이트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맥락을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전략적으로 다음 행동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






  4. 나는 오히려 퍼블리나 캐릿처럼 트렌드를 퍼 날라주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이런 구분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플랫폼으로부터 1차 가공된 트렌드에서 우리는 일반과 특수를 분별해내야만 한다. 소위 말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즉 인사이트로 위장한, '콘텐츠화'된 정보들을 구분하는 능력 말이다.






  5. 좀 더 시니컬하게 표현하면, 캐릿에서 'Z세대', '난리 난' 따위의 형용사가 붙은 소식이나 퍼블리 현업 실무자들이 자랑처럼 쏟아내는 '자기' 이야기들이 진정 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반문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정말 '필요해서' 그 글을 읽고 있는가? 단지 트랜디함을 패시브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로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안감에 그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초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드립이나 반짝 스쳐가는 스티커 놀이에서 정말로 뽑아낼 수 있는 게 있긴 한가? 왜 우리는 Z세대를 교수님 말씀 녹음하듯 공부하고 있는가?






  6.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건 정보 큐레이션이 가져온 저주에 가깝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챙겨주기 위한 서비스들이 경쟁을 거치면서 이젠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투명한 렌즈를 가지려면 앞서 말한 보편과 특수를 골라내는 능력과 더불어 '숫자'를 읽어낼 수 있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허접한 데이터들도 많다. 트렌드를 숫자로 설득력 있게 환원할 수 있는 건 일부이기 때문이다(몇 년 전 다뤘던 브랜드평판지수가 떠오른다). 큐레이션 시대에서는 '콘텐츠화된' 것들을 다루는 리터러시를 가지고 정보를 한 꺼풀 더 벗겨낼 필요가 있다. 친절함과 편리함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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