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리뷰
1. 과거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세계사의 재미를 느껴본 적이 있다면, 한빛비즈 교양툰 시리즈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수많은 서브컬쳐 밈과 해부학이 뒤섞인 흔치 않은 만화책이다. 뉴런 채찍을 휘두르는 신경퀸 등 적절히 모에화(?)된 캐릭터만 봐도 얼마나 다른 책들과 온도차가 나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책을 뒤덮는 텐션 높은 유머 덕분에 <해부학 만화>는 타 분야보다 압도적인 정보량을 가진 학문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젊은) 독자들을 쉽사리 해부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2. <해부학 만화>는 캐주얼한 분량을 소개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범위를 다룬다. 의학의 초기 역사부터 시작해서 몸의 뼈와 근육을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호흡계와 순환계 등을 간단하게 다루는 식이다. 그리고 단순 정보를 무자비하게 쏟아내지 않고 운동과 건강 등 실용적인 차원 위주로 접근한다. 우리가 흔히 겪는 통증에 대해 정확한 용어와 원인을 알려주기도 하고, 모르고 착각할 수 있는 그릇된 진단을 지적하기도 한다. 책이 유머를 제외하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다.
3. 아쉬운 점이라면 만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쉬움'이다. 독자와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쉬움이 항상 깊은 이해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만화는 결국 흥미 유발에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머릿속에 남은 게 크게 없어도 완전히 모르는 분야에 대한 매력을 알았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암기만 견뎌낸다면 비전공자에게도 꽤 쉽고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한다. 해부학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건 결국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