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 레이코 스콧 <팬덤 경제학> 리뷰
1. 팬덤이란 말은 대중음악 씬에서 주로 쓰였다. 하지만 브랜딩이 사업 운영에 있어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 팬덤의 형태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가령 IP 기반으로 스토리와 캐릭터 등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전달하는 것도 일종의 팬덤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팬덤 경제학>은 제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광고들(할인, 배송 등)이 정보의 범람으로 이어졌고, 이것들이 인간의 삶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여전히 제품과 서비스 품질에 명운이 좌우되는 산업도 있지만,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제시하면서 팬덤을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마케팅 전략이 된다.
2. 책은 아홉 가지 팬덤 전략을 제시한다. 그 내용과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면 아래와 같다.
(a) 평소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라 : 무대 위의 스타가 관객석으로 내려가 말을 거는 건 어찌 보면 사소한 행동이지만 관객에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경험이 된다. 수많은 제품/서비스 경험이 존재하지만, '거리 좁히기'만큼 강력한 인상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b) 당신의 창작물을 놓아버려라 : 팬픽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의도와 팬들의 인식이 다를지언정, 그들이 자유롭게 창작물을 변형하고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놓아두라는 뜻이다. 하나의 작품은 팬들의 참여로 더욱더 풍성해진다. 흥미롭게도 이 부분은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과 유사한 철학을 담고 있는데, 아무리 브랜드가 자기 스스로를 특정 이미지로 규정해도 결국 소비자의 인식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c)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하라 : 책은 선물과 무료 서비스에 관대해지라고 한다. 이익실현만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고(듀라셀의 건전지 기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기쁨을 주는 전략이다.
(d) 정체성을 형성하라 :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를 만들어내라는 뜻이다. 주로 청소년과 젊은 층들의 애용하는 패션 브랜드에서 많이 제시하는 것들이다. 특정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건 사람들에게 큰 소속감을 준다.
(e) 브랜드 옹호자를 활용하라 :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그 예시이다. 브랜드의 팬임을 자처하는 유명인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f) 장벽을 허물어라 : 제품 생산과정을 직접 보거나 거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특정 라이브 음악 공연의 경우 팬들이 셋리스트를 짤 수 있다. 어떤 기업은 소비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제공하기도 한다.
(g) 데이터가 아닌 고객의 말을 들어라 : 이 장에서는 데이터라기보다 기계화된 서비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효율화를 위한 자동 응답기와 진부한(지나치게 포멀하기만 한) 안내 절차에 언짢았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h) 진실을 말하라 : 신뢰에 관한 내용이다. 서비스에 진실되지 못하고 과장된 마케팅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팬덤이 생길 리 만무하다.
(i) 직원들을 팬으로 만들어라 : 조직 문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팬덤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직원부터 팬덤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3. 책은 팬덤 형성 전략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하나의 핵심은 결국 고객 중심의 철학인 것 같다. 이는 피터 드러커와 유사하다. 차이점이라면 팬덤은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 이후의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팬덤 형성의 가능성은 해당 산업에서 꿀리지 않는 품질(최소한의 근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엄밀히 말하면 무(無)에서 팬덤이 생겨나진 않는다). 막말로 한참 부족한 제품 서비스를 팬덤 마케팅으로 메꿀 수는 없다. 팬덤 마케팅은 바이럴처럼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브랜딩에 가까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덤은 사실 산업에 따라 키워내기가 매우 까다로울 수도 있다. 팬덤 마케팅은 보편적인 솔루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책의 케이스 스터디로 이루어진 인사이트 조각들을 짜깁기해 그럴듯한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건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