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크롬 Aug 22. 2021

그래서 메타버스가 뭐라고?

김상균 <메타버스> 리뷰

  1. 올해 상반기부터 어딜 가나 메타버스 이야기뿐이다.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부터 SNS까지 무슨 대항해시대라도 맞은 듯하다. 지난 5월 개최됐던 콘텐츠산업포럼에서도 음악, 게임, IP, 정책 등 분야를 막론하고 메타버스가 주인공이었다. 제페토,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 유명 서비스의 무지막지한 MAU를 보면 먼 미래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좌우하는 Z세대까지 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메타버스를 향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그렇다면 서점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보이는 김상균 교수의 저서 <메타버스>는 그 움직임을 잘 포착하고 있는가?



  2. 책은 증강현실(AR)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까지 총 네 가지 타입으로 메타버스를 분류한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을 덧붙여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포켓몬 고'와 방탈출 카페가 대표적인 예이다. 라이프로깅은 말 그대로 우리 삶(life)을 기록(log)하는 메타버스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있다. 거울 세계는 실제 세계의 속성을 복사해서 만든 세계이다. 구슬 어스가 대표적이고, 최근 유행했던 가상 졸업식이나 신입사원 연수가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가상 세계는 온라인 게임처럼 현실에 없는 세계를 지칭한다. 동물의 숲, 배틀그라운드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예시들이 있다. 이처럼 책은 메타버스를 아주 광의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다양한 실례를 덧붙인다. 나아가 응용 가능성과 법/윤리적 문제까지 광활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가 책의 주 골자이다.



  3. 하지만 한계는 여기서 발생한다. 게임과 SNS, 심지어 배달 앱까지 메타버스라고 칭하는 건 어찌 이상하다.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정보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메타버스는 VR과 같은 첨단 기술로 현실을 '실감'나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이용자들이 메타버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당위와 욕구가 재미 말고도 다양하게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메타버스는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중심에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의심하는 이유는, 그저 온라인 게임을 다르게 부르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4. 그래서 많은 메타버스 대표 사례들이 엉성하긴 비치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성공을 "메타버스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잘 되는 걸까?"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트레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콘서트의 경우, 메타버스라기보다는 거대 콜라보 이벤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포트나이트는 줄곧 애니메이션 영웅 스킨을 출시해왔고, 게임 내 차량에서 최신 인기 팝이 흘러나오는 등 콜라보에 열정적인 게임이다. 이 경우 에픽게임즈가 비대면 콘서트를 게임에 영리하게 응용한 거지 '메타버스라서' 잘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배틀그라운드에서 손흥민 스킨이 제로투 댄스를 춘다고 이 게임을 메타버스로 볼 이유가 있을까? 게임 중심의 사례를 극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게임을 해 보고 말하는 건지 의심이 든다.



  5. 그나마 제페토는 기존 SNS 대비 높은 자유도와 기업 단위의 참여 때문에 메타버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가상의 나'를 꾸미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 이용자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플랫폼의 감성이 10대 여성에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이라 대중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의 관심사인 케이팝과 패션에 그 이용 가치가 집중되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확장된 형식의 SNS 플랫폼' 정도로 보고 있다. 한편 최근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호라이즌 워크룸'이 내 기준에선 메타버스에 가장 가까운 서비스 같다. 여기서는 VR(오큘러스)을 착용하고 실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메타버스는 VR 보급이 대중화되어야 더 논의해볼 문제인 것 같다.



  6. 요컨대 나는 메타버스를 아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클럽하우스 열풍이 불었을 때도 항상 머리를 긁적였던 나였다. 메타버스를 꾸준히 논의하는 건 좋지만,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재미가 있어야 플랫폼에 시간을 투자하지 메타버스라고 해서 이끌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VR과 같은 기술적 요소보다 엔터테인먼트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굴리고 있는 지금, 유행을 따른답시고 무작정 가상 공간을 기획하는 건 곤란하다. 메타버스의 형식이 명확하지 않은 현재, 그 안에 들어갈 내용물을 간과한다면 큰코다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만 살았던 내가 변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