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외 9인 <트렌드 코리아 2022> 리뷰
1. 작년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트렌드의 가속'이 핵심 키워드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등의 산업이 성황했고, 덕분에 사회 변화가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정치·경제 등 다방면에서 주인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이제 상투적인 표현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여전히 코로나19와 함께하는 2022년의 트렌드는 어떨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았을 때 작년과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 팬데믹 종식이 멀어지면서 기존 흐름이 당연해지고 좀 더 강화된 것뿐이다. 'TIGER OR CAT'이라는 슬로건은 결국 새로움을 향한 '준비' 보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의 뉘앙스에 가까운 것 같다.
2. 펜데믹발 트렌드가 성숙기라는 건 작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나노사회'는 콘텐츠 산업에서 '취향의 파편화'로서 꾸준히 제기됐던 키워드였다. 커스텀과 프리미엄 서비스가 성행하고 롱테일이 길어지는 지금, 우리는 남녀·세대·지역 기준으로는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머니러쉬'는 21년 다룬 '자본주의 키즈' 담론과 궤를 같이한다. 고정 급여 이외에 주식과 N잡으로 '돈 캐기'에 나선 건 일상이 됐다. 나머지 키워드 또한 비슷하다. '득템력'은 'N차 신상'과 관련된 현상이고, '헬시플레저'는 '오늘하루운동(오하운)'을 떠오르게 한다.
3. 물론 비교적 새로운 키워드도 있다. 도심을 떠나 일주일의 일부분을 시골에서 사는 '러스틱 라이프'를 메인으로 다루었고, '갓생'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자기계발 정신을 '바른생활 루틴이'로 소개한다. SNS 인플루언서의 굿즈 등 개인 비즈니스가 성행하면서 발생한 '라이크커머스' 생태계, 기업의 정량적 관점보다 스토리텔링이 무기가 되는 '내러티브 자본'까지. 팬데믹 초반에는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본격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게 된 케이스에 가깝다.
4. 개인적으로 현 상황을 팬데믹의 '성숙기'라고 표현한 만큼, 웬만한 분야에서의 트렌드는 가속 단계를 지나 다시 주춤하는 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팬데믹 초기에는 이러한 경향이 무어의 법칙과 비슷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로지스틱 곡선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양상을 지나 주춤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물론 뇌피셜 직관임). 올해에는 팬데믹 종식이나 기후 변화만큼 트렌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더 생길지 의문이다. 어쩌면 '트렌드의 가속'조차도 하나의 트렌드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