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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Oct 03. 2022

본능과 유전자를 역행하라

자청 <역행자> 리뷰

  1.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화려한 관심과 질타를 동시에 받는 이유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비해 비법을 풀어내는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은 독자의 온전한 상황에 비추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 "책을 쌓아두고 공부를 해라", "의사결정의 원칙을 세워라"와 같은 언명들은 겉으로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때로는 종교의 무엇처럼 형이상학적이다. 구체적인 독자를 상정한다기보단 평범한 경제활동인구 모두를 타겟으로 잡은 자기계발서의 명과 암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역행자>는 '초보가 왕초보에게 알려주는 비법'을 사업 슬로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른 계발서들과 구분된다. 책 초반 저자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디테일하게 풀어놓는 동시에, 자신이 무슨 사업으로 월에 얼마를 벌고 누구에게 감사의 사례를 받은 것까지 서슴없이 드러낸다. 유튜브에서 나올법한 혁신적인 기업을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돈에서 해방된 사람으로서, 그는 자신을 노력을 통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대중적인 부자의 유형으로 규정한다. 믿지 못할 사람들에게 자신이 비법을 알려줬던 실제 지인의 이름과 사업 모델까지 밝히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역행자>는 서점가에서 독보적으로 친절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3. <역행자>의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우리가 '순리자'로 사는 이유를 능력과 자본주의 환경에 돌리지 않고 본능과 유전자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책은 잠을 줄이면서 '노오력'하라거나 대단한 아이디어와 큰 자본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행자가 되기 위한 7단계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영위해왔던 정신승리, 인지부조화, 현실도피 같은 마음의 벽을 허물어내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저자가 이를 하나의 악으로 규정하지 않고 "인간이라면 디폴트로 갖고 있는 성향"으로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최종적으로는 심리적으로 악순환에 빠질 때마다 "이건 다 본능 때문이니까 이성적으로 접근해보자"라는 메타인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4. 마인드셋이 정리됐으면 공부와 경험으로 나아간다. 여기서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잘 조율해야 하는 단계이다. 직업에 묶여 있다면 워라밸이 괜찮은 직종에서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독서/세미나/알바에 투자한다. 남들이 보기에 허접해 보이는 아르바이트라도 상관없다. 기본적으로 경험은 다다익선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곡히 쌓인 지식/자본/경험이 소규모의 창업이라도 앞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도와준다고 책은 말한다. 물론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얻은 어느 정도의 독해력과 마케팅 스킬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5. 사실 모든 자기계발서의 함정이지만, 이렇게만 보면 "누구나 다 부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격화된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꾸준한 운동으로 바디 프로필에 도달하기 어렵듯, 경제적 자유 또한 귀찮음과 자기보호를 극복하고 지루한 탐색 과정을 견뎌야 하는 건 자명하다. 개인적으로 주의해야 할  가장 치명적인 무의식은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해?", "내가 그래도 어디 대학 나왔는데", "돈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중요해" 같은 현실에 얻어맞아보지 않은 어린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며 자아실현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이건 금전 문제와는 매우 독립적이다. 그래서인지 <역행자>에서는 하고픈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돈을 벌어야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다. 돈은 꿈을 가로막는 부적절한 동기가 아니며, 오히려 이를 이뤄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돈이야말로 무엇보다 가치중립적인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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