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우 <콘텐츠의 정석> 리뷰
1. 직업도 직업이고 콘텐츠 제작에 욕심이 있어서 대학생 시절부터 이것저것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가끔 몇몇 게시물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워낙 비즈니스/전략적으로 움직이려는 경직적인 성향 탓에 장기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무자들의 인사이트와 저서를 참고하거나 규모 있는 채널 운영자에게 물어봐도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내가 아예 감각이 없거나 근본부터 어긋나있던 것이 분명했다.
2. <콘텐츠의 정석>은 저자의 본진인 네이버 포스트의 이미지 기반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있어, 요즈음 더 메이저한 유튜브 및 숏폼 영상 콘텐츠와는 큰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콘텐츠 일반에 대한 접근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스로 즐거워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 그런지 저자는 높은 조회수와 바이럴에 최우선에 둔 지나치게 비즈니스적인 기획을 부정한다. 이보다는 꾸준함과 개성이 기반이 되는 브랜딩 차원에서의 전략을 더 우선시하는 편이다.
3. 물론 따지고 보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진부한 논증이기도 하다. 디테일한 독자 설정 및 중단기 목표를 세우는 것과 같은 건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다. 그러나 내가 책을 보면서 문득 느꼈던 건 내가 먼저 즐겁게 작업할 수 있냐에 대한 태도 차원에서의 문제이다. 대학생 때 만들었던 음악 리뷰 영상은 취업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는 수단이었고, 최근 건드려봤던 플레이리스트 채널은 음악 마케팅에 대한 실험대에 불과했다. 지나친 세련과 마케팅적인 접근은 콘텐츠에서 '사람 냄새'를 앗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콘텐츠를 만들면서 즐거움과 감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이 타인에게도 설득력이 있을까? 한때 단순 재미로 친구와 게임에서 캐릭터 뽑기를 했던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는데, 의도치 않게 바이럴을 탔던 적이 있어 더욱 의미심장하다. 나는 그 영상을 추억 아카이빙용으로 생각하고 올렸을 뿐이다.
4. 결국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 정확히 말해 '개인적인' 콘텐츠를 디벨롭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기업적인' 콘텐츠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개인 단위 콘텐츠가 '잘 만들어진' 기업 단위 콘텐츠보다 힘이 더 강하다. 제작에 대한 접근성이 나아진 덕분에 퀄리티도 표준화됐다. 결과적으로 기업적인 콘텐츠 또한 개인적인 콘텐츠 감성을 따라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가공할 만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드라마틱한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인간적이고 인터렉티브한 쪽으로의 전략이 나을 테니까. 차가운 신비주의가 빛을 잃어가는 기묘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