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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청 Oct 20. 2020

예술가의 금기

삶은 경주가 아니야


동물들을 보며 항상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그 누구도 자신의 상황을 다른 존재의 상황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말을 못 하고 인간만큼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유 불문하고 동물들은 스스로의 삶에 순응하며 살아낸다.


저 옆 나무의 누구처럼 도토리를 많이 모아두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다람쥐나, 다정한 옆 연못 부부를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오리 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다.


비교하는 행위는 오직 인간만 하는 행위다.

나도 은연중에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가 있지만, 의식적으로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려고 정말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비교는 언제나 나쁘지만, 창작인에게는 특히나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자주 절감한다.


예술에는 좋고 나쁨을 가늠할 척도가 없을 뿐 아니라, 예술만큼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한 영역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작업과 타인의 작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이다. 혹여 타인의 작업이 좋아 보여 따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거짓된 예술 말고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고등학교 때 필기노트마다 써놓을 정도로 좋아하던 문장이 있는데, 바로 'Life is Not a Race!'(삶은 경주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입시경쟁에 지친 스스로에게 줄곧 하던 말인데,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동일하게 되새김질해야 하는 말인 것 같다.


사람마다 시작점도 다르고 도착점도 다르고, 완주까지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지구 상 사람들의 타임라인을 그려본다면 사람 수만큼의 타임라인이 나올 것이다. 그만큼 다 다른데, 나도 자신도 모르는 새에 지금쯤 개인전을 몇 번하고, 책도 내야 하는데라며 소수의 성공한 젊은 작가들과 비교한 적이 종종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삶을 살며 회사원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자유 속 단 한가지의 금기가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타인과의 비교다.


인스타그램: @byjeanc

https://www.instagram.com/byje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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