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09.11(수) 8:00pm
ㅣ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ㅣ소요시간 : 75분
ㅣ관람연령 : 전체
<고블린파티 & 갬블러크루>
고블린파티는 비상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심술궂은 행동과 시선을 가진 한국의 도깨비들(GOBLIN)이 모인 정당(PARTY)이다. 특정한 대표 없이 전 멤버가 안무자로 구성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컨템포러리 댄스를 기반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가장 큰 중점을 두되 관객의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다.
갬블러크루(Gamblerz Crew)는 2002년 설립 이후 50회 이상의 세계 브레이킹 대회에서 우승했으며 22년간 3,000회 이상의 공연경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레이킹(스트릿댄스) 전문예술단체다.
아무나 두드리던 동네북. 전통적으로 북은 마을 사람들의 소통의 수단이자 화합과 단결의 상징이었다. 잔치가 열리거나 중요한 소식이 있을 때면 사람들은 북을 쳐 이를 알리고 한데 모이곤 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이런 동네북은 점차 사라졌다. 누구나 자유롭고 편하게 오가며 두드리던 동네북. 도시의 마을에서도 다시 기쁘게 울리기를, 북은 꿈을 꾼다.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의 두 번째 협업인 <동네북>은 현대무용과 비보잉이 만나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첫 번째 협업작품인 <얼쑤, 얼쓰>와 마찬가지로 현대무용과 비보잉을 독자적으로 살리면서도 조화로운 통일성을 추구했다. 시댄스 초연.
가느다란 막대기가 여럿 세워진 빈 무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무대가 시작된다. 가야금을 울리며 댄서들이 단검과 함께 등장한다. 단검을 중심으로 '비보잉'과 '현대무용'으로 해석되는 춤이 거칠게 섞인 움직임들. 여인이 힙합 비트에 맞춰 가야금을 울리며 소리를 한다. 단검, 소복, 가야금 , 소리, 한국의 전통적인 오브제와 장치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그 가운데에 비보잉의 스펙타클한 춤들이 판을 친다.
화려한 조명, 음악, 가속도로 전개되는 장면, 시각적인 움직임의 정보들, 보여지는 장면들 너머로는더이상 생각할 거리를 떠올리기 힘든 무대. 막대기가 상징하는 동네북, 즉 소통의 수단이자 화합과 단결의 상징이었던 무언가. 대학로의 대극장에서 여러 신체들이 군집해 북을 치고 거리의 춤을 추며 '북'이라는 오브제가 가진 의미가 투영되는가?
오늘날 공예적인 움직임으로써의 '춤' 너머로 '춤'을 다시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현대무용과 비보잉을 모호하게 엮어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니? 여기서 ‘현대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비전통적이고, 유려히 움직이는 춤? 여전히 모더니즘적 세계관에 머물고 있는 과잉된 무용 공연에 오늘날 춤이 가져야 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스펙타클과 힘이 한참 빠진 연출이었다면 이 무대는 어땠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