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안성천 물길은 남부 평야 지대인 오성뜰을 적시며 지나다 평택호로 이어진다. 평택시는 경기도 남서부 최남단에 있으며 삼국통일 이후 평평한 땅에 연못밖에 없어 ‘평택(平澤)’이란 지명을 갖게 됐다니 흥미롭다. 가장 높다는 산이 진위면의 무봉산(208m) 정도다. 평야지대이며 하천이 발달한 평택은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도시이다. 안성천에서 평택호로 이어지는 70여km의 자전거 길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소중한 체육시설이자 공원이자 관광자원이다.
일제강점기 ‘동양의 자전차왕’ 혹은 ‘자전거 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엄복동이 처음 자전거를 배운 곳이 평택이라고 한다. 엄복동은 당시 평택 통복리에 있는 자전거 점포 일미상회의 점원으로 일하면서 자전거 실력을 닦았다. 이후 수많은 자전거대회에서 일본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듯 엄복동의 숨결이 묻어 있는 평택이 국내에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석봉리 앞에서 하천 폭이 갑자기 넓어지는데, 진위천과 안성천 두강물이 만나는 합류점이다. 경기남부 지역의 하천은 대부분 진위천, 오산천, 황구지천을 통해 안성천으로 흘러들어 온다. 진위천과 안성천 물줄기가 합쳐지면서 수량이 많아져 강폭이 500미터가 넘을 정도로 큰 강이자 인공담수호인 평택호가 된다. 평택시에서 안성천 대신 평택강이라 부르자고 주장할만한 물길이다.
인근 팽성읍 석봉낚시터와 강 건너 오성면 창내리 수로는 낚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명당터로 유명하다. 천변에 낚시사랑 동호회원들이 작은 제사상을 차려놓고 시조회를 하는 장면도 보인다. 올 한해 무탈하고 풍성한 낚시를 기원하는 제사란다. 제사상에 돼지머리 대신 올린 빨간 돼지저금통이 재밌다. 한겨울에도 구불구불 물줄기마다 수초가 풍성한 풍경을 보면 물고기가 낚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해 장비를 챙겨 메고 찾아온다니 사람은 시키지 않은 일을 할 때 제일 열심히 하고 잘하지 싶다.
안성천 물줄기와 평택호가 둘 다 보이는 곳에 조성되어 있는 내리문화공원(평택시 팽성읍)은 넓은 잔디 광장과 숲속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캠핑장 등이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장소다. ‘용산시대’를 접고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가 인접해 있어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공원을 지나다가 눈이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살짝 웃거나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외국인들의 문화는 부럽고 따라하고 싶게 한다.
내리문화공원을 지나 안성천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기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의도 면적의 5.5배(1467만7000㎡, 440여만 평)에다 4만3천여 명이 거주할 공간에 극장, 골프장, 쇼핑몰 등 500여개 건물이 들어서 있으니 미니 신도시가 하나 만들어진 셈이다.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다.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 거리는 미군기지 앞에 조성한 이국적인 풍경의 상점가로 이색적인 맛집을 찾아가거나 구경삼아 들를만하다. 서울 이태원거리를 떠오르게 하는 상점들과 간판이 가득하고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화려한 영어 간판에서 이국적 감성을 느낄 수 있고 미국의 어느 소도시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들어가 보고 싶은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과 옷가게, 바(Bar)가 거리 양편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안성천은 서해로 흘러들기 전에 바다를 닮은 평택호에 잠시 머문다. 평택호는 아산방조제를 쌓으면서 조성된 담수 면적 720만평의 인공호수로 경기 평택시와 충남 아산시에 걸쳐 있다. 지역이 겹치는데다 아산방조제가 조성되면서 호수가 생기는 바람에 아산호로 불리기도 하고 평택호로 불리기도 한다.
평택호관광지(평택시 현덕면)는 평택호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해 각종 휴양·위락시설과 레저·문화·숙박시설을 조성한 관광지이다. 호수를 접한 해변도로에는 횟집과 조개구이집 등 해산물 맛집이 줄지어 있다. 평택호를 접한 호반에는 수상레저타운과 평택호예술공원이 있다. 오리배나 유람선을 타기도 하고, 호수를 날고 가르며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동호회인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탄성을 부를 만큼 멋지다.
충남 지역의 아산호에는 눈에 띄는 하중도가 떠있는데 이름도 특이한 쌀조개섬(아산시 영인면)이다. 섬의 윤곽이 쌀조개와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쌀조개도 처음 들어보지만 특이한 섬 이름에 더욱 호기심이 가는 무인도다. 우리나라의 지명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사업을 거치면서 거의 한자화하였는데, 쌀조개섬은 지금까지 한글 이름으로 존속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섬이다. 약 26만㎡(약 7만9천 평)의 크기로 당초 농경지로 쓰였는데 향후 시민들을 위한 생태수변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과거 이 섬 일대는 갯벌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아산방조제가 생기면서 갯벌 대부분은 영구히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일부만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수면 위로 드러나 갯벌이 농경지로 개간된 땅이 바로 쌀조개섬이다. 포구에서의 활기 넘치는 어업 활동을 하던 아산시 영인면 일대 주민들의 일상은 아산만방조제 건설로 인해 전업농으로 생업을 바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