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 담양읍 관방제림
우리나라 4대강에 속하는 크고 긴 물줄기 영산강 상류에 자리한 고장 전남 담양에는 영산강변 최고의 강둑길이 있다. 강을 따라 6km에 달하는 인공 제방으로 조선시대 이름 지은 ‘관방제’라는 공식명도 있다. 제방길을 따라 장대한 고목나무들이 사는데 제방 이름을 따라 ‘관방제림’이라는 숲 이름이 자연스레 붙었다.
현재 인터넷 지도에도 지명이 나오는 명소 마을 숲이다. 관방제가 영산강변 최고의 강둑길이 된 건,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쉬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숲 관방제림, 다양한 국수 맛집이 모여 있는 국수거리, 담양상설시장과 담양오일장이 펼쳐져서다.
관방제 끄트머리엔 담양의 또 다른 자랑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작은 고장에서 그저 편히 걷고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담양 관방제이다.
제방숲에서 마을숲이 된 관방제림
관방제림은 벼슬 관(官), 막을 방(防), 둑 제(堤), 수풀 림(林)으로 '나라에서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둑과 숲'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약 300~400년 이상 된 노목이 거대한 풍치림을 형성하고 있다. 마치 둑길 위에 거대한 브로콜리를 얹은 듯 풍성한 잎과 굵은 줄기의 나무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나무 숲 길이만 2㎞가 넘으며, 담양의 명소 나무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이어져 더욱 좋다.
1628년(인조 6)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장마철 홍수로 큰 피해를 보자 당시 담양부사 성이성이 하천 주변으로 제방을 쌓았다. 이 제방을 더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 나무를 심은 게 관방제림의 시작이다. 이때 맨 처음 심은 1번목 나무는 음나무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음나무는 조상들이 좋아하는 나무로 악귀를 쫓는다 하여 대문 위에 걸어놓기도 했단다. 키가 14m나 되는 멋진 풍치목이었으나 2013년 폭우와 강풍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루터기만 남아 있다가 지금은 그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성이성은 암행어사를 4번이나 역임했으며, 담양부사, 춘추관 편수관, 진주목사 등을 역임하고 1664년 세상을 떠난 뒤 청백리에 선정됐다. 관방제림은 성이성 부사의 백성을 아끼는 마음 ‘애민정신’이 녹아 있는 곳이다. 그 뒤 1854년(철종 5)에 부사로 있던 황종림이 숲을 재정비했다. 당시 이 공사에 동원한 관노비만 연인원 3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국내 가장 잘 보존된 마을 숲
관방제림을 이루는 주요 수종은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곰의말채, 갈참나무 등으로 약 420그루가 자라고 있다. 노목들은 구불구불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서있어 감탄하게 된다. 그 가운데 185그루의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어 있고 나무 하나하나마다 고유 번호가 매겨져 보호, 관리되고 있다. 푸조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 나무이름도 적혀있어 수형(樹形)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구부러지고 휜 모습이 흡사 담양의 어르신들이 나와 있는 듯하다. 세월이 흐르고 늙어갈수록 아름다워지는 존재는 나무가 아닐까 싶은 둑길이다. 강둑 숲길로는 드물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산림청이 주최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상을 받을 만한 곳이다. 수백 살을 먹으면서 노화로 인해 몸체가 패이고 깎여 지지대를 받쳐 세우고 외과 수술을 받는 나무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나뭇가지에 꽃을 피워낸다.
관방제림 길을 산책할 때면 동네 주민들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관방제림 노거수 아래 평상과 벤치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울울창창하게 자란 숲은 좀처럼 아래쪽으로 햇볕을 보내지 않는다. 찌는 듯 더운 날 동네 어르신들이 관방제림 나무 아래에 모이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담양의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그 사이를 관광객들이 걷고 또 걷는다.
과거 제방림에서 현대엔 정자목이 되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풍경이 참 아름답고 왠지 모를 감동을 전해준다. 이렇게 관광지에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자연 속의 휴식을 즐기는 풍경도 드물 것이다. 마을 주변의 수많은 숲을 보았지만 이렇게 잘 가꾸어진 마을 숲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름드리 거목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맥문동, 은방울꽃, 옥잠화가 잘 가꾸어져 있고, 적당한 간격으로 설치된 운치 있는 정자가 잘 정비되어 있다. 숲길 가에 조각공원과 예쁜 카페, 텃밭을 품은 정겨운 시골마을도 자리하고 있어 들러보게 된다.
조선의 옛 숲과 메타세쿼이아 길의 어울림
숲길을 계속 걷다보면 담양의 또 다른 명소 숲길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여행자를 맞는다. 담양군의 또 다른 자랑 메타세쿼이아길은 관방제림이 끝나는 지점에서 연결된다. 487그루의 높고 장대한 나무들이 이어진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원래 24번 국도였는데 이 국도 바로 옆으로 새롭게 국도가 뚫리면서 담양읍 학동리 일대 5km 구간에 나무를 식재하여 조성한 길이다.
마치 초록빛 동굴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며, 푸른 녹음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여름에 거닐기 가장 좋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금상, 한국의 아름다운 길 최우수상 등 탈만한 상은 다 수상한 숲길이다. 메타세쿼이아 숲길 옆에 있는 담양 메타프로방스는 유럽형 테마 관광지다. 맛집 외에 패션거리 및 디자인 공방 체험관 등이 있어 인기 있는 곳이 되었다. 작은 소품샵들이 줄지어 있고 포토존이 많아서 보는 즐거움과 사진 찍는 즐거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