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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경] 따릉이타고 '경복궁 돌담길' 여행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

by 김종성
DSC03103.jpg 자전거도로가 이어진 경복궁 돌담길 / 이하 ⓒ김종성

서울시에서는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울 자전거길 20선’을 만들었다. https://blog.naver.com/2seoulbike/223419259983

이 가운데 18코스는 경복궁 돌담길을 한 바퀴 돌며 청와대, 고궁박물관·민속박물관, 미술관 거리, 수문장 교대식 등을 만나는 흥미로운 길이다. 돌담길 따라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으며, 도시 곳곳에 자리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무인 대여·반납소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지도에서 ‘서울시 자전거’를 검색하면 따릉이 대여소가 잘 나온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가면 경복궁 돌담길과 함께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국립고궁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

경복궁돌담길_03_.jpg 영추문 천장에 그려진 호랑이 그림
경복궁돌담길_02.jpg 국립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

경복궁 돌담길에는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이 있어 들어가 보게 된다. 조선시대, 대한제국 시기의 궁중유물이 전시된 고궁박물관(입장료 무료) 곁에는 경복궁에서 가장 장대한 은행나무가 우뚝 서있다. 동네 주민들과 대여 한복을 입은 국내외 관광객이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정답다.


서쪽이 가을을 상징해 가을을 맞는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영추문을 지날 때 고개를 들면 천장에 그려진 멋진 그림을 볼 수 있다. 궁궐의 문은 물론 도성을 지키는 창의문 등에도 다양한 옛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영추문에는 민화에 등장할법한 친근한 호랑이들이 담겨있어 미소 짓게 된다. 엄중한 경계를 요하는 곳에서도 여유 혹은 유머를 잃지 않는 조상들의 성정이 느껴져서다.

경복궁돌담길_05.jpg 고궁박물관 안 대한제국시절 왕이 타고 다녔던 어차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시대 궁중유물을 연구·조사·수집·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대한제국시절인 1908년 9월에 창경궁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 모태로 국내 최초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주로 대한제국~일제강점기 왕실 의복이나 조선시대 옥새 등 조선 왕실 관련 유물을 다수 볼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자격루의 복원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징, 종, 북을 친다. 대한제국 시기에 사용한 근대 유물들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특히 제일 인기 있는 전시물인은 순종과 순정효황후가 타고 다닌 어차(등록문화재 제319호)는 100여 년 전의 실차를 복원 처리한 실물이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가 1918년에 제작한 캐딜락 리무진으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차종이다.

경복궁돌담길_06.jpg 국립민속박물관
경복궁돌담길_10.jpg 국립민속박물관 야외 전시장

경복궁 동쪽 궁궐 안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한국인의 전통생활과 근·현대 삶까지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생활양식, 풍속 및 관습 등을 조사 연구할 뿐만 아니라 생활민속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크게 봐서 상설전시실(1·2·3 전시실)과 야외전시장, 그리고 어린이 박물관으로 나눠져 있다. 상설전시관은 각각 ‘한민족생활사’ ‘한국인의 의식주’ ‘한국인의 일생’ 등 주제로 한복의 변천, 세시음식과 식기, 김치의 종류와 재료 등을 보여준다.


옛 마을, 근·현대 거리 되살린 야외 전시장도 볼거리가 많다. 서민들의 삶을 담아낸 야외 박물관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1970~80년대의 어느 날, 어느 시간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옛 모습이 펼쳐진다. 오래된 건물과 손으로 쓴 듯한 간판, 좁은 골목길과 색을 잃은 포스터까지 완벽한 재현이다. 골목마 그 시절 가게들이 보인다. 이발관이나 다방, 문방구 간판은 누군가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다. 땅바닥에 그려진 땅따먹기 놀이판 위에선 누구나 어린이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경복궁돌담길_11.jpg 국립민속박물관 야외 전시장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마을과도 같다. 골목을 오가며 옛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단순히 전시공간이라 하기엔. 마침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생생한 후기가 들린다. "꼭 타임머신 타고 온 것 같네." 건물은 외관만 그럴싸한게 아니다. 간판에 어울리는 소품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나올 듯한 분위기다.


민간신앙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승, 돌탑, 솟대 등과 함께 농촌생활을 보여주는 물레방아, 디딜방아, 연자방아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경복궁 돌담 마당을 따라 왕릉을 지키는 석물인 문인석, 제주도의 독특한 돌장승과 도민들의 무덤 곁에 서있는 동자석 등이 실물크기로 전시되어 있어 발길이 머물렀다. 민속박물관 옆에는 어린이박물관도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전통문화를 배우고 만져볼 수 있도록 꾸려져 있다. 영상으로 김치 만들기, 초가집과 기와집 지어보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청와대 사랑채

경복궁돌담길_14.jpg 전망좋은 청와대 사랑채

경복궁 돌담길은 이제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 같다. 돌담길을 걷다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동서양에서 온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과 마주치게 된다. 경복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족 관광객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왠지 마음이 뿌듯해졌다. 돌담길에서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뒤로 북악산이 멋지게 펼쳐지는 포토존 분수대와 광장이 나온다.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청와대 사랑채가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엔 관람이 가능해진 청와대 본관이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안식처'로 청와대 주변 및 한국 전역관광을 여행도서관 콘셉트로 전시한 만남과 소통의 문화공간이다. 청와대 사랑채 2층에 있는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에서 열리는 미디어 아트와 다양한 전시회로 특별함을 더했다. 전에는 단순히 청와대와 국정 홍보관 역할을 하는 장소였으나 지금은 볼거리와 여행정보, 쉼이 있는 곳으로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길이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경복궁돌담길_16.jpg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미디어 아트

북악산이 바라보이는 로비와 2층 전망쉼터, 화려한 미디어 아트 등이 열리는 전시실, 나만의 서울 여행 계획을 세우기 좋은 관광정보 그득한 트래블 라운지와 라이브러리, 청와대 사랑채에 비치된 여행 책을 읽으며 커피마시기 좋은 카페 등 흥미로운 공간들이 많다. 청와대 사랑채는 지상 2층의 현대식 건물이지만 내부를 거닐다보면 한옥이 연상된다. 목재와 흰색을 기본으로 곳곳에 격자무늬 문창살, 한지 등을 사용해 한옥 느낌을 살렸다. 특히 한옥이 선사하는 차경(借景, 경치를 빌리다)이 떠오를 정도로 탁 트인 창밖 경치가 좋다.


2층 기획 전시실에는 미디어 아트 '宴火 연화, 설렘의 빛'이 열리고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자 '宴(연)'은 잔치를 뜻하는 말로 조선 왕실 밤잔치의 풍광을 모티브로 만든 미디어 아트다. 미디어 아트가 기존의 예술과 다른 점은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있다고들 하는데, 정말 예술미 가득한 실체감과 현장감에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 경복궁길 미술관 거리

경복궁돌담길_28.jpg 경복궁 정문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 닿으면 한복을 입은 동서양 관광객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인파를 이루고 있는데 바로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때문이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에서 재현하는 이 행사의 시대배경은 수문장 제도가 정비되는 15세기 ‘조선왕조실록’ 예종(睿宗) 1년(1469) 수문장 제도의 시행 기록을 역사적 근거로 하고 있다.


궁궐 수호 책임자인 수문장부터 수문장을 보좌하는 종사관, 중앙군 정규병 정병 등 당시의 직책을 복원하여 행사를 진행한다. 당시의 복식과 무기 등을 재현해 조선 전기 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약 70명의 수문군과 15명의 취타대(전통 군악대)가 등장해 진행된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1회마다 교대의식을 두번씩 진행한다. 그 속에서 개식타고, 군호하부, 수문장 교대의식, 취타대 연주 및 기수 위치 교대식과 같은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당시 궁궐을 지키던 군인들의 복식과 무기, 각종 의장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수문장 교대식이 끝난 후 군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더욱 인기다.

경복궁돌담길_30.jpg 경복궁길 미술관 거리

국립민속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특별한 거리도 놓치면 안 된다. ‘경복궁 미술관거리’ 혹은 ‘삼청로 아트거리’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국제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세움아트스페이스, 금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일미술관까지 삼청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더 놀라운 건 미디어, 회화,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대부분 관람료 없이 감상할 있다는 것.


시민들이 부담 없이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뜻을 모은 배려심이 느껴지는 거리다. 어느 미술관에 걸린 문구가 인상적이다. ‘삼청로 아트거리의 미술관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장들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공간, 새로운 창작으로 가득한 생기 넘치는 문화생태계를 꿈꾼다’ 미술관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곳곳에 숨은 산책로와 공간들이 나들이 코스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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