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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Aug 26. 2022

다슬기·조개가 사는 도심 속 청정 쉼터, 월드컵공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맑은 물길이 흐르는 월드컵공원 / 이하 ⓒ김종성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새롭게 태어난 장소다. 당시 월드컵 대회의 주경기장으로 쓰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만들면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했던 당시 난지도 주위 일대를 커다란 환경공원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한강의 노을이 멋지게 펼쳐지는 노을공원과 가을날 억새 축제가 열리는 하늘공원이 곁에 있는데다, 여름날 시민들에게 도심 속 청정 쉼터이자 피서지로 사랑 받는 곳이기도 하다. 공원 곳곳에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그늘을 드리워 주는 나무 숲길과 한강물을 유입해 조성한 작은 호수 난지못과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을 품은 난지천 공원이 있다.

여의도공원 15배 크기의 너른 공원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쓰레기 매립지였던 공원 일대 ⓒ서울시


월드컵공원은 여의도공원의 15배 크기로 서울에서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공원이기도 하다. 전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이나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전철역이 가까워서 무더위가 덜한 해저물녘에 찾아오는 시민들도 많다. 난지한강공원과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어 한강으로 쉽게 오갈 수 있다.


월드컵공원 일대는 과거 아름다운 섬 난지도가 있었던 곳으로,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의 매립지로 사용했던 땅이었다. 당시 국제적인 매립장의 높이인 45m 수준으로 매립할 계획이었으나, 수도권에 조성하기로 한 매립지 건설이 늦어지면서 쓰레기는 계속 쌓였다. 마침내 세계에 유래가 없는 95m 높이까지 쌓인 초대형 쓰레기 산이 2개나 생겼는데 현재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산책하거나 쉬기 좋은 공원 호숫가
수컷 매미의 합창소리로 가득한 공원

공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아담한 호수가 반긴다. 호숫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누거나 텐트를 치고 편안하게 쉬는 시민들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수변 음악회, 가족극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물가엔 작은 폭포가 만들어져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호수 옆 작은 오솔길과 나무들 풍성한 숲속 사이 길도 그늘이 드리워져 산책하기 좋다. 호수가 가까이에 있어서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주는 호젓한 숲길 벤치에 누워 있자니 지난 밤 무더위에 못 이뤘던 잠이 솔솔 몰려왔다. 그냥 푹 자려고 했는데 짝을 부르는 수컷 매미들의 합창소리에 노루잠(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놀라 깨는 잠)이 되고 말았다. '매엠 맴~' 하도 맹렬하게 울어서 안 일어나면 '맴매'라도 할 기세다. 숲길을 산책하다보면 수컷 매미들의 치열한 노랫소리가 왠지 짠하게 들려온다. 매미는 땅속에서 평균 5년을 애벌레로 살다가 짝짓기를 위해 성체가 된 후, 여름 한 달만 온전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난지천 공원
난지천 공원 물속에 사는 다슬기와 조개

난지천 공원에는 한강 물을 끌어와 만든 개천이 있다. 아이들이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도록 꾸며져 있고 물가에 연못, 징검다리 등 아기자기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시골의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다. 수질 정화능력이 뛰어난 부들, 아기연꽃, 수련, 속새, 꽃창포 등이 심어진 연못의 물은 난지천으로 흘러간다. 맑은 물이 흘러 들어오면서 보드라운 모래가 쌓이자 모래 많은 강물에 사는 다슬기와 작은 조개까지 나타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났다.


사라져버린 생태계가 이렇게 되살아나다니, 자연의 조화가 참으로 놀랍다. 지나가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옛 시절이 떠오르는지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중이다. 이제는 사어가 되다시피한 말 '천렵'의 풍경이 떠올랐다. 천렵은 여름철 비가 내려 풍성해진 하천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며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 어죽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피서를 즐기는 일을 이른다.

걷기 좋은 나무 숲길이 많은 월드컵공원
하늘공원 입구에 새로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

난지천 공원 옆 하늘공원 입구에 닿으면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하늘을 가릴듯 쭉쭉 뻗은 나무들을 보기만 해도 상쾌함이 전해진다. 이곳은 최근 새로 생겨난 숲길로, 하늘공원 입구에서 강변 차도(자유로)쪽으로 20여 분 걸어가면 만나는 기존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과 이어지도록 조성했다. 덕택에 국내에서 가장 긴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이 탄생했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싱그럽게 느껴지는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들어섰다. 별안간 숲속에 토끼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람들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애완 토끼였나 보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기르던 토끼를 이곳에 내다 버린 것 같다고 지나가던 주민 한 분이 알려줬다. 길고양이나 야생 너구리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라는 말도 함께...

나무 숲길에 버려진 토끼들
마포농수산물시장 수산물 장터

공원 곳곳에 자리한 매점과 편의점 외에 월드컵 공원에는 다른 공원에선 보기 힘든 곳이 있는데 바로 마포농수산물시장이다. 질 좋고 신선한 농수산물이 많아 구경만 해도 즐겁다. 전국 각지에서 온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과일 매장 구역으로 발길이 절로 간다. 수많은 종류의 신선한 과일들이 매장마다 즐비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시장안 식자재 할인점인 다농마트는 근처 난지캠핑장, 노을캠핑장에 방문하는 캠핑족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수산물 장터에서는 장을 보면서 맛난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수산물 매장에서 회나 해산물을 구입하여 매장안 식당이나 2층으로 가져가면 조리값만 지불한 후 싱싱한 회와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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