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꼭 필요한가요?
연일 경제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뉴스가 보입니다. 그것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헛헛해지곤 하는데요, 하긴 비단 오늘 내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 때는 떠밀리듯 입시 경쟁을 겪었고, 겨우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취업을 위한 스펙 관리에 전전긍긍했습니다. 하지만 높아져가는 취업의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하여 자괴감을 느꼈으며, 운 좋게 겨우 사회에 나왔더니 각자도생이란 말이 만연하여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라고 보채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앞만 보며 살아가기도 팍팍한 세상이다 보니 저에게 취향을 논하는 건 그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하는 속 편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취향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지금 와서 보니 그렇게 바쁘고 여유가 없을 때일수록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무엇이 있었다면 조금 덜 지치고 단단하게 올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음’이란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을 뜻합니다.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보자면 어떠한 일을 마주하였을 때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뒤돌아 본다면 어떤 특정한 길로 향하는 경향성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이 자신의 고유함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취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메타인지 (Metacognition) 능력과 그러한 여유를 의도적으로 가져야 하니 주기적인 명상도 동반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확대 해석을 하다 보면 취향을 찾는 과정이 단순한 사치가 아닌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는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어떠한 특정 기준에 맞춰 급급하게 살아가다 보니 ‘천천히 나를 잃어가는 과정’을 밟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작은 일들을 시작하였고 그런 일들이 모여 지금의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은 항상 어렵듯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질문으로 시작하는걸 추천드립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뭐지?’
커피를 마시고 싶을 수도 있고 당장 나가서 뜀박질을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 보는 게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그게 좋은지, 왜 반복해서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묻다 보면 스스로 납득이 되는 부분이 생기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취향이 조금씩 형태를 잡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 안에 자리 잡은 그 취향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남과 경쟁하여 이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산미와 과일 향을 머금은 커피를 마시며 가벼운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깨끗하게 세탁하여 입은 옷에서 나는 섬유 유연제 향에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내가 이런 거 좋아하지’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하루가 더 살아갈만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취향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다 힘이 들 때 하나씩 꺼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조각을 맞춰보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각박한 세상 속에서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감사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취향'을 찾으며 스스로를 보듬아 줄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