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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객여행자 Aug 21. 2017

광고 마케팅 분야의 달라진 인재상

곰 같은 기획자보단 일 잘하는 날라리가 인정받는 시대

백날 해도 잘 늘지 않는 게 마케팅이고 광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답도 없고 지름길도 없는 게 이 바닥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쪽 바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느샌가 일 잘하는 사람들 좋은 회사로 잘 옮겨 다니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대략 알게 되는 것 같네요.


저도 곰같이 성실한 타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곰같이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선배들 아래,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성공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은 그 사이에도 많이 바뀌었고,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더 필요로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팀원들 후배들에게 광고일을 계속한다면, 괜찮은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이렇게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던 내용을 요약해서 적어보려 합니다.



시립미술관 '론뮤익' 전시 중 - 이제는 대중문화가 된 대림미술관과 시립미술관
야근보다는 문화생활

영화도 많이 보고 이것저것 잡지든 책도 닥치는 대로 봐야 합니다. 내 취향이 아닌 공연을 보기도 하고 갑자기 전시회를 가기도 했으면 합니다. 저도 영화나 잡지에서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얻은 적이 많습니다. 마케팅과 광고에서 문화적 트렌드에 관심이 없다면 야근 백날 해도 비슷한 수준의 일 밖에 못합니다.

마케팅은 '장인'이 아니라 '쟁이'라야 합니다.


짠순이보다 차라리 허세

맛집 탐방도 다녀보고 정말 가끔은 굶어 죽을 생각하고 수십만 원짜리 파인 다이닝도 가보고, 인터넷에서 만 원짜리 티셔츠 입다가도 말도 안 되게 비싼 브랜드도 한 번 사보고, 제품을 단순히 사는 게 아니라 호텔 마사지를 받아본다던지 서비스에 돈도 많이 써보고.

안 써보고 안 사보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비싸다고, 나랑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고 안 하지 말고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왜 이 가격 일까? 왜 이 서비스가 대세일까? 같은 생각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주가보다 여행가

주말이나 휴가기간에 친구들과 술 먹고 놀기만 해도 시간과 돈은 금방 사라집니다. 광고기획자나 마케터로 일하는 사람 중에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주변에서 여유 있고 행복하다는 사람 의외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외여행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달라지고 시야가 달라집니다. 부자들도 요즘에는 경험만 삽니다.


프리젠터보다 리스너

광고회사나 마케터들 중에 말 잘하고 PT 잘하는 사람 꽤 많습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이 좋은 기획자의 필요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하는 스킬보다 모르는 분야가 나왔을 때 궁금해하고 찾아보는 호기심이 더 중요하고,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의 인사이트도 들어보고 이해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나 불만사항도 잘 들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도 좋아! 가 아니라 나만의 '최애 브랜드'

누구나 페라리와 에르메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이나 가장 고급스러운 브랜드가 아닌 자신이 호감 갖거나 좋아하거나 애정 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가요?

막상 이런 질문을 하면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최대한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광고는 브랜드와 상품을 적절한 소비자에게 팔기 위한 영업의 예술이니까요.


최근에 본 인상 깊은 광고는 뭔가요?

제가 면접 때마다 묻는 질문입니다. 광고회사에 다닌 경력이 없을지라도 혹은 완전 신입이거나 경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 질문은 꼭 합니다.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신의 성과나 회사의 성과가 아니더라도 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에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꼭 광고가 아니더라도 세일즈나 브랜드의 상업적 활동 중에 인상적인 것이나 좋았다고 생각나는걸 수시로 보고 느껴야 합니다.

마케팅, 광고 활동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경쟁사 조사이며 아이디어는 전혀 다른 회사나 업종에서 착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장형 인간보다 일 잘하는 날라리

야근 안 해도 될 때는 눈치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야근이 성실함을 이야기해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신 집에 가서 '혼술'이나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획자는 문서작업에 밤새 투자하거나 야근을 밥 먹듯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문서를 위한 문서작업보다는 아이디어를 발췌하고 정리하는 생각의 시간이 긴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대신 광고나 마케팅을 한다면 다른 삶을 살아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밥 먹다가도 샤워하다가도 술먹다가도 쇼핑을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고민이 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중요시하되, 그 삶의 경험이 일에 녹아들 수 있게 삶의 일부가 일이자 취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신 고민을 많이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할 때에는 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친구들 만나서 매일 핸드폰만 만지는 사람이랑은 이야기할 소재가 별로 없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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