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 제시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
무언가 기획을 하고 제안을 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있었던 생각들을 제안서에 아무리 잘 담았다고 하더라도 받아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물로 상상하기도 하죠.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레퍼런스 제시인 것 같습니다. 레퍼런스를 제시함으로써 기획하는 사람과 제안받는 사람이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고, 굳이 결과물에 대한 샘플이나 목업을 만들지 않더라도 잘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어설프게 만든 목업은 오히려 고생한 것에 비해 저평가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레퍼런스 제시에도 많은 어려움과 오해가 따라옵니다. 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다른 상상을 하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저는 레퍼런스 제시할 때 이런 것들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저도 광고주 노릇을 할 때 자주 착각했던 내용입니다. 규모감과 영상미는 제작비와 시간이 많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는 레퍼런스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는 인쇄광고나 홈페이지 제작 등의 웹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레퍼런스를 받는 사람들은 레퍼런스의 방향보다 시각적인 효과에 현혹될 가능성이 큽니다. 되도록 레퍼런스로 보여준 것의 제작비 등을 알 수 있다면 미리 제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한 동일한 규모감을 기대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레퍼런스에서는 영상미나 제작비를 통한 규모감 등이 아닌 이 레퍼런스에서 봐야 할 점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만약 영상미나 그래픽 등의 스타일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제작비의 다름은 미리 주지 시키는 것이 좋겠죠.
레퍼런스는 대부분 해외에서 많이 찾습니다. 레퍼런스에서 실제 제작물로 옮겨질 때 가장 이질감이 드는 것이 바로 모델과 배경화면입니다.
외국인들과 이국적인 배경들은 시각적으로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해외 레퍼런스를 제시할 때에는 외국인들과 이국적인 배경들에서 주는 ‘환심(?)’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배경효과들은 의외로 강력한 인지효과가 있어서, 지금도 그리스 산토리니를 보면 포카리스웨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외국 레퍼런스를 보고 한국사람으로 영상 모델을 대치했을 때 드는 이질감은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 레퍼런스는 일본, 이미지 레퍼런스는 인물이 없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편이고, 웹사이트는 한글 폰트가 주는 느낌이 상당히 달라서 국내 사이트 위주로 찾아보려고 애씁니다.
영상물의 경우에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가장 많이 현혹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사운드가 주는 효과에 많은 감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음악이 들어간 레퍼런스는 빼는 것이 좋습니다. 급하게 만든 음원은 그 퀄리티 절대 잡기 어렵습니다 ㅠ
유명 음악이 주는 친숙함과 그에 따른 분위기에 대한 호감을 가지기 위해 음원 사용료를 알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엄청난 음원료 때문에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대 음원료 국내 음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촬영에 드는 전체 제작비보다 음원 저작료가 더 비싼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유명한 팝송 등이 나오는 CF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기업의 경우가 대부분 일 겁니다.
인쇄물이나 웹디자인 등의 제작물의 경우에는 잘 찍은 사진을 되도록 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찍은 사진은 최소한의 디자인과 폰트만 얹히면 완벽한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찍은 사진이 대부분인 디자인의 경우에는 좋은 레퍼런스라고 보기 힘듭니다.
사진을 별도의 제작비로 촬영하거나 정확히 대체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지 못한 이상, 좋은 사진 위주의 디자인은 동일한 느낌을 내기 힘듭니다. 저렴한 스톡 이미지는 최종 제작물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서도 많이 씁니다. 전 경쟁사에서 동시에 동일 모델 이미지를 써서 낭패를 본 경험이 아주 최근에 있습니다 ㅠㅠ
제가 모 회사의 마케터로 있을 때 대행사 출신이다 보니, CF 제작에 욕심이 많았습니다. 담당 에이전시와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결국 레퍼런스로 가이드를 주기로 했죠. 당시에 제가 레퍼런스로 제시했던 영상은 이 영상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제시했던 이유는, 제품을 의인화한 것이 포인트였죠. 하지만 내심 제작비도 더럽게 없었던 광고주였으면서 비슷한 퀄리티의 영상미를 바랐었나 봅니다.
그 영상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결국 레퍼런스에서 ‘나는~(I’m~)’ 만 남았습니다 ㅠㅠ
레퍼런스 제시는 좋은 방법이지만 오히려 생각의 간극이 더 멀어질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