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가는 여행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여행 금지
패키지로 가자고 호기롭게 결정했더니 진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여행사도 다양하고, 패키지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백만원대에서 천만원대에 이르는 여행가격 때문에
도대체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랑 동생이 정한 이번 여행 첫 번째 기준은 너무 싼 걸 고르지 말자. 가 였습니다.
둘이 간다면 고생해도 되지만 비용 아끼자고 부모님 효도여행을 극기훈련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요.
오래 전 이야기지만 200만원대 여행을 갔던 경험을 생각하면, 중간에 일정에 맞추기 위해 캐리어를 들고 뛰어야 하거나, 돌바닥 길을 한참 걸어야 하거나, 숙소가 생각보다 낙후해서 놀란 기억들이 있어서. 엄마아빠의 유럽여행 기억을 그렇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친해진 현지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긴데 패키지 가격 퀄리티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서 가이드들이 추천하는 것도 극도로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좋은 경험거리나 구입할만한 게 있어도 가격이 저렴한 패키지로 오는 분들은 예상 금액보다 넘어가자마자 장사속으로 바가지 씌운다고 생각하고 욕하셔서 알아도 추천을 안 하고 고생해도 모른 척하고 입을 닫게 된대요.
저는 여행은 모아놓은 돈을 쓰고 즐기러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일생일대의 부모님 칠순 기념 여행이기에
충분히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걸 위주로 보고 마음에 드는 건 가격을 감수하자. 했습니다.
그렇게 서치 하기 시작한 까다로운 파워 J 자매의 유럽 여행 패키지 선택 해시태그는요.
국가 및 일정 : 1-2개국 일주 / 이동 포함 8-9일
- 이보다 더 길면 지칠 위험 있음, 그렇다고 멀리 가는데 짧아도 아쉬울 듯해서 순수관광 7일을 목표로!
항공 : 국적기 (대한항공)
- 항공 이동시간이 25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편안하고, 부모님 의사소통도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대한항공 외에 다른 건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문제는 그래서 가격이 훅 올라감..ㅠ ) 항공에 예민하지 않으신 분들은 저보다 선택의 폭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실 거예요.
숙소 : 5성급 이상 (최소 4성급)
- 이건 엄마와 서유럽 가본 동생이 강력하게 주장했는데요.
유럽 숙소가 동남아랑 달라서 3-4성급도 생각보다 좁고 불편해 마음이 죄송했다고 다음에 오면 최소 5성급이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가격이 좀 올라도 숙소는 양보 못 헌다. 는 생각으로 표시된 숙소를 일일이 들어가 체크체크. 후기까지 다 찾아보는 집착을 부려보았습니다.
이동 : 무조건 짧을 것!!!!!
- 유럽여행을 패키지로 가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하루에 적게는 5시간, 많게는 8-9시간.. 7일 연속한다고 생각하면 최소 50시간 이상 버스를 타게 됩니다. 비행기도 25시간 정도니까.. 이동만 7-80시간... 부모님 연세가 70대면 이동도 체력소모가 심해서 최대한 이동시간이 적은 걸로 찾아보기로 했어요. 정말 중요하니까 이동시간 계산을 꼭 해보세요. 여행보다 이동이 길어지면 차탄 것만 기억에 남더라고요
(* 다만, 이동 시간이 적을수록 비싸질 수 있습니다)
그 외 쫌쫌한 기준들
- 자유시간이 하루 이상 있을 것
후기를 보니까 좋은 곳에서 좀 길게 있고 싶은데 후딱 데리고 가버려서 아쉬웠다는 글들이 많아서요. 하루 정도는 경관 좋고 경치 좋은 데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무조건 첫날은 일정 없이 휴식
첫날 휴식이 생각보다 중요한 거 아시나요? 비행을 15시간 가까이하고, 차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 첫날 이동이 최소 17-18시간 정도 되는데 머리는 기름지고 몸이 땀으로 떡이 돼서 무엇을 관광을 한다고 한들.. 즐거울 리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사진 찍어도 폭망입니다. 저는 유럽 첫 여행에 경유 비행기를 탔는데 20시간 비행 뒤에 첫 코스로 쉔부른궁전을 갔더니 비까지 내려서 머리가 물미역이 돼 가지고 신경 쓰여서 뭐 봤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 부모님과 가는 여행은 국내든 해외든 도착 첫날은 호텔에 체크인하고 쉬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래야 다음 날 아침. 첫 여행지의 기억이 기분 좋게 남으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 선택관광은 최대한 한다고 생각할 것
(자유여행 가도 할 만한 게 포함됐나 볼 것)
저는 선택관광을, 내가 자유로 예약할 것을 대신해 주고, 저렴하게 해 주고, 실패를 줄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백 프로 한다고 생각하고 할 만한 게 들어있는 것만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편이 동선상 활용하기도 좋고 가이드의 서비스나 꿀팁을 받기도 좋아요.
- 가능하면 경험 많은 가이드인지 볼 것 (** 가이드 평점 체크 필수 )
코스도 중요하지만 좋은 가이드는 여행 전체를 좌우해요.
가이드는, 나보다 현지 정보를 더 알고 있는. 여행장소를 여러 번 와 본 사람이잖아요. 그분이 가진 정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여행을 70점짜리로 쓸 수도, 130점짜리로 쓸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부모님 모시고 간 태국에서 가이드랑 너무 친해져서 너무 심하게 잘 챙겨주셨거든요. (7년째 개인 연락할 정도예요)
가이드 체크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미정이라면 아래 적힌 평점에 들어가 예비 가이드 관련글을 꼭 다 읽어보세요.
- 노쇼핑 우선, 최대 1회를 넘지 않을 것
패키지여행 최고의 트라우마는 쇼핑 아닐까요. 근데 의외로 처음 가는 나라에서 헤매지 않고 쇼핑하기가 쉽지 않기도 해요. 시간 안에 쇼핑하고 싶은데 어디 가야 되나 모르겠어서 못 사니까요. 패키지로 쇼핑이 들어있다면 뭐가 들어있나 꼭 보세요. 사고 싶은 게 있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눈 꼭 감고 참아야죠.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게 여행하는 대가니까요.
여기까지가 저희가 선택한 해시태그와 이유예요. 자. 그럼 이걸 다 뚫고 선정된 패키지 탑 3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저희는 과연 1-2개국으로 좁힌 후 어디로 가기로 결정했을까요.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