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의 순두부 백반집을 다녀오면서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찌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원초적 물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찌개백반 3대장은 김치, 된장, 순두부찌개다. 부대찌개는 김치찌개파로 분류하는 게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식 파는 식당이라면 어디든 있는 메뉴다. 집에서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웬만한 솜씨가 아니더라도 김치나 된장찌개를 끓일 수 있다. 흔하기에 맛있는 곳보다는 맛없는 곳이 훨씬 더 많기도 하다. 익숙한데, 흔히 선택했지만 맛이 딱히, 이런 경험을 우리는 쌓고 산다. 내재된 맛있는 찌개에 대한 갈망이 유명인의 방송을 통해 분출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찌개 맛있다고 가보면 딱히에 물음표 너서 개가 붙븐 경우가 많다. 대부분 찌개의 주가 되는 핵심 재료보다는 주변부가 좋다는 걸로 대부분 이야기가 이끌어 간 곳이다.
계획에 없었던 찌개집은 가고자 했던 식당의 휴무로 인해 방문을 했다.
청양 찌개집은 위치가 좋았다. 남양면 사무소 바로 앞, 공무원들 대상으로 딱 맞는 위치였다. 내는 찬이나 솜씨가 여느 관공서 앞의 백반집과 다르지 않았다. 점심 한 끼 후르르 먹기 좋은 그런 백반집 말이다. 게다가 찬도 찬이지만 오래전, 지금보다 밥공기가 컸던 시절의 공기에 밥을 퍼서 준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대부분 백반집은 공깃밥을 담아 온장고에 두었다가 내주는 것이 국룰. 여기는 국룰을 지키지 않은 고마운 위법지대였다. 놓인 찌개를 맛봤다. 순두부찌개, 포장 순두부를 넣고 간이 맞게 끓인 찌개였다. 바지락 한두 개, 소고기 작은 덩어리 두어 개에 매끈한 포장 순두부 넣고 끓인 것이다. 포장 순두부인 줄 어떻게 아는가? 묻는다면 순두부 포장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어찌 모를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대기업에서 만든 포장 순두부의 맛을 기억해보자. 어떤 맛이 생각이 나나? 고소함? 구수함? 그랬나? 그랬을걸? 이런 반응이 많을 것이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점이 이거다. 순두부찌개는 일단 순두부가 맛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순두부 끓일 때 바지락을 넣고, 소고기를 넣고, 달걀 하나 넣는 것은 부수적인 것라는 것.
몇 년 전이었다. 강원도 양양 오일장 취재를 하러 갔다가 버스 터미널 근처의 두부 가게를 들어가 순두부를 주문했다. 매일 두부를 만드는 곳으로 순두부에 동해 특산품인 비단 조개(째복)를 넣어 주기에 취재 겸 식사 겸 찾아갔다. 째복을 넣든 말든 받아든 찌개의 순두부 맛이 기가 막혔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채웠다. 맛을 육수에 내준 째복은 안중에도 없었다. 째복의 맛을 품고 있는 순두부는 맛이 더 좋았다. 순두부 맛이 좋으니 주변 재료의 맛을 받아들여 맛이 더 풍부했다. 찌개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했다. 순두부는 순두부가, 김치는 김치가, 된장은 된장이 맛있어야 찌개가 빛난다는 것을 말이다.
찌개에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되는 재료가 먼저여야 한다. 김치찌개를 잘 끓이고 싶으면 일단은 맛있는 김치가 우선이다. 돼지를 넣거나 참치를 넣거나는 그다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재료는 생각하지 않고 부재료만 본다. 참치나 돼지는 취향의 문제지 근본적인 맛을 좌지우지하지 않으나 그것만 본다. 숲을 보라 손가락을 가리키면 잘난 나무 한 그릇만 보는 것과 같다. 찌개 전체의 맛은 이름에 걸맞은 재료를 선택했을 때 맛이 시작한다. 맛없고, 있음은 그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 생각이 그렇다. 맛있는 순두부 찌개집을 찾는다면 두부 잘 만드는 곳을 찾으면 된다. 된장찌개도, 김치찌개도 마찬가지다. 두붓집에서 산 순두부와 포장 순두부를 같이 넣고 끓여 맛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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