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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23. 2024

소금, 뭣이 중헌디!



토요일 오전 11시 바로 지나 부산대로 갔다. 버크셔K와 일반 돼지를 사용하는 곳으로 돈가스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이 부대 앞에 있다. 11시 전부터 줄을 엄청나게 서는 곳으로 도착했을 때 번호가 서른 번이 넘었다. 부득불 거기에 간 이유는 사진이 없기도 하고 지난번하고 달라진 것이 있나? 와 딸아이가 먹어본 적이 없기에 갔다. 순서가 되어 자리에 앉으니 몇 가지를 내준다. 그중에 트러플 소금도 있었다. 소금 내주면서 설명하는 데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우린 남들과 다른 것을 사용한다는 아우라가 있어 보였다. 다른 소금을 쓰면 맛이 다를까? 짠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소금 뭣이 중헌디 알아보자.

묵은 간장이 있는 독에는 시간에 의해 다시 결정이 된 간장 소금이 돌처럼 굳어 있다.

 다양한 소금을 각자 맞게 쓴다. 다양한 곳에 다양한 사람이 사용하니 다양한 소금이 세상에 있다. 다양한 소금을 다양한 사람이 사용하니 소금 세계는 복잡해 보인다. 복잡해 보여도 사실 소금은 지극히 단순하다. 쓰는 사람이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히말라야 암염, 티베트의 어느 골짜기의 소금 우물,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서해 갯벌의 염전이나 불을 피워 소금을 얻는 자염 등등 상황에 따라 소금 없는 방법이 다양하다. 바닷물을 끓여서 혹은 증발을 통해서 소금을 얻는다. 오래전 바다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육지가 된 곳은 압력에 의해 바닷물이 단단하게 굳는다. 히말라야 암연이 그렇다. 히말라야에서 나든 볼리비아나 아니면 서해의 갯벌에서 나든 이들 모두의 특징은 ‘짜다’ 다. 별거 없다 조금 먹으면 덜 짜고 많이 먹으면 짜다. 하루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소금의 양은 정해져 있다. 예전에 한국인은 하루 5g 정도 먹었다고 한다. 이제는 그 이하로 세계 평균하고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식품 MD 생활한 29년 동안 굴비만 보더라도 참 많이 변했다. 신입이던 95년도의 굴비는 짰다. 지금의 굴비는 심심하다. 저염을 외치는 통에 적당히 간이 배야 할 것도 간이 빠졌다. 간이 심심하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소금의 본래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소금은 짜다. 그것만 잘하면 된다. 소금이 어떤 색이든, 어떻게 만들든 상관없다. 염화나트륨이 들어가 있고 제 역할만 하면 된다. 천일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닷물을 커다란 저수지에 가둔다. 시간이 지나 일정한 농도가 되면 염전 앞 작은 농막으로 보낸다. 거기에 재차 증발하면 소금 만들기에 적당한 농도가 된다. 시간이 지나 소금이 되면 걷어 들인다. 그렇게 만든 천일염은 85%의 염화나트륨과 15% 가까운 수분과 기타 등등 성분이다. 예전에는 소금을 25Kg 포대로 사면 커다란 돌이나 벽돌 위에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 물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흔히 ‘간수 뺀다’라는 행위다. 근래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간이 하던 일을 이제는 원심 분리기가 한다. 걷어 들인 소금을 커다란 통에 넣고 급회전하면 물이 빠진다. 2~3년 걸리던 일이 몇 분이면 끝난다. 게다가 통에 넣기 전에 세척까지 한다. 이렇게 만든 것을 녹여서 다시 만들면 재제염이다. 정제 소금은 갯벌이 아닌 기계 장치를 통해 순도 99%의 염화나트륨을 만드는 방법이다. 정제 소금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갯벌에서 하면 천일염, 기계로 만들면 정제 소금이다. 뭐가 좋고 나쁨은 없다. 거기에 트러플 향이나 맛을 더하면 트러플 소금이 된다.


소금은 짜야 한다. 염화나트륨 외에 다른 것이 있으면 조금 덜 짜다. 미네랄이 풍부해서 영양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설명하는 사람의 자기만족일 뿐이다. 앞서 버크셔 돈가스를 트러플 소금에 찍든 아니면 천일염에 찍든지 상관없다. 어떤 소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간이 맞는 것이 더 중요할 뿐이다. 소금은 식품에서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짠맛이다. 짠맛이 있어야 단맛이 살아난다. 짠맛은 단맛을 살리는 역할이다. 간이 맞지 않은 음식이 심심한 이유는 단맛이나 감칠맛을 일으켜 세우는 짠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보존의 역할이다. 저장성을 높여 식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한다. 건어물이나 젓갈이 대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금에서 앞서 이야기한 것 외에 다른 것은 기대하지 마라. 소금은 짜면 그뿐일 뿐 그 이상도 아니다. 어디서 나든 상관없다. 소금, 뭣이 중허디 알면 저렴한 것 사용한다. 겉멋 잔뜩 든 이들이 값 비싼 다른 소금을 찾는다. 소금 아는 이들은 그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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