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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Oct 25. 2023

그곳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3개월 동안 다섯번이나 오키나와에 다녀온 이유 


7월에 두 번, 8월에 한 번, 9월에 한 번, 10월에 한 번. 


대만에 빠졌을 때도 이렇게 대만에 자주 가진 않았는데 오키나와는 -그것도 내가 그동안 멀리해왔던 일본인데- 뭘 이리 자주 갔는지. 올해의 마지막 오키나와 행을 마무리 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오키나와에 빠졌는지 돌아 보기로 했다.



1. 거리, 비용 모두 혼자 훌쩍 떠나기에 만만한 곳

나한테 여행이란 '내가 가고 싶을 때 부담없이 당장 갈 수 있어야 하는 곳!'

많은 사람들이 오키나와를 휴양지로 알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할텐데 혼자서도 충분히 오키나와를 즐길 수 있다. 특히나 인천에서 고작 2시간이라는 짧은 비행거리와 후쿠오카 대비 엄청나게 빨리 수속이 가능한 입국 심사줄에 왠만한 도심/관광지는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편리함까지. 게다가 엔저에 서울 도심에 비하면 저렴한 물가는 더욱 오키나와 여행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경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7~8월 성수기 + 주말에는 38~45만 원 정도로 비행기 값을 지불했지만 9월이나 10월에 저렴한 비행기표를 찾았을 땐 21만 원까지도 구입이 가능했다. 대중교통이 한국에 비해서 다소 비싼편이긴 하나 하루에 3Km 정도는 가뿐하게 걷는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걸어서 여행하는 것에도 크게 부담 없을 작은 규모의 도심. 아메리칸빌리지에서 국제거리까지 30분 정도 걸렸는데 택시비로 4만 원 정도 지불했으니 사실 한국의 택시 할증 요금 생각하면 택시비가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 식사의 경우 1인 기준 한끼에 만 원에서 만오천 원이면 원하는 걸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동남아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한국 도심지에서 식사에 생맥주까지 먹었을 때의 가격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다.



2. 멀리 가지 않아도 예쁜 물고기가 가득한 에메랄드 빛 바다

인천공항에서 편도 2시간 정도면 대부분의 일본과 대만, 조금 더하자면 홍콩까지 다녀올 수 있는데 왜 오키나와가 최고냐고 묻는다면 도심과 가까운 곳에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시의 편리함과 때묻지 않은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오키나와가 아닐까?


오키나와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나하(국제거리), 아메리칸빌리지, 츄라우미수족관 이렇게일텐데 츄라우미 일정을 살짝 늘려서 그 근처 지역으로 1박을 잡고 스노쿨링을 한다면 내가 말한 오키나와 도심 근처의 아름다운 자연이 어떤 모습인지 쉽게 접할 수 있을거다. 심지어 렌트카가 없어도 스노쿨링이 가능한 지역까지 버스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원한다면 돈을 더 내고 보트 스노쿨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냥 바다로 무작정 들어가도 되는 해안가 스노쿨링을 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대중교통으로도 편리하고 사람들도 많아서 혼자 스노쿨링 하는 사람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곳으로는 모토부의 고릴라 촙(ゴリラチョップ)을 강력 추천한다. 그 외에도 코우리 섬의 토케이 하마(トケイ浜)나 세소코 섬의 안치하마(アンチ浜) 혹은 민나 섬 가는 길목에서의 보트 스노쿨링도 추천. 클룩 같은 사이트에서 예약해도 되고 아니면 현지에서 숙소를 통해 예약해도 된다. 어떤 방법이든지 오키나와의 바다는 변함없이 아름답다. 게다가 정말 너무 깨끗하다. 이렇게 깨끗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3. 안전함과 친절함, 그리고 전형적인 일본이 아닌 것

한국을 포함한 왠만한 아시아 국가들은 여행지에서 치안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오키나와는 더더욱 여자 혼자서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물론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거리가 무서울 때는 있었지만 술집이 많거나, 유흥가가 많아서 그것들이 주는 위험한 분위기는 없었고 노숙인들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일하게 무서웠던건 자전거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가는 길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데 내 자전거에 라이트가 들어오지 않았을때 그때 무서웠다. 사고 날까봐. 오키나와에 사는 친구 말로는 교통사고는 꽤 많이 나는 편이라고 하는데, 제주도 여행에서 렌트카들이나 시골의 과속 운전에 익숙한 차들이 사고를 내는 것과 비슷한 맥락처럼 들렸다. 


오키나와는 다른 일본의 대도시들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번역기를 쓰거나 서투른 일본어로 말을 걸었을 때 그 누구도 쌀쌀맞게 대한 적이 없었다. 겉과 속이 다를지 언정 겉으로는 정말 그 누구보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일본 사람들. 특히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분위기가 너무나 잘 맞았다. 


마지막으로 일본 여행 자체에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본토 일본이 아닌 과거 류큐 왕국이었고 미국에서 속해있기도 했던 오키나와는 조금 덜 부담스러운 여행지가 확실했다. 일본 여행 중 수많은 신사들을 보면 다양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데 오키나와는 그런 생각을 느낄 새가 별로 없었다. 그저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보면서 이런 자연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게다가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문화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면 일본어와 다른 오키나와말을 배워보는 것도 추천. 



끝으로 오키나와에 언제 가면 좋냐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그냥 여행하기엔 10월이 제일 좋고 바다에 들어가서 놀기엔 9월이 더 좋은 것 같다. 9월보다 10월에 들어간 바다가 확실히 추웠다. 하지만 7,8월엔 걸어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날이 덥고 10월엔 걷는게 너무 행복할 정도로 선선하고 딱 좋았다. 


더위를 미친듯이 타는 분들이라면 오키나와가 가장 더운 시즌을 피해서 10월에 늦여름을 만끽하러 가시는 것을 추천하고, 나처럼 더위고 나발이고 추운게 제일 싫어! 하시는 분들은 8-9월에 지독한 여름을 맞이하러 가시길. 아참! 오키나와에서 가장 잘 썼던 건 얇은 비치 타올과 면세점에서 산 스노쿨링 마스크였다. 그것만 있다면 내가 가는 곳이 바로 스노쿨링 스팟. 


유흥도 별로 없고,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쇼핑할 것도 적은 오키나와지만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한적한 여유가 있는 곳. 편리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께 가장 추천하는 여행지다. 

그럼 다시 만날 때 까지! 오키나와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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