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 김보민, 『로컬 브랜드 리뷰 2023』
메타버스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왜 '로컬' 일까?
많은 일들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더욱 실제적인 것을 몸소 느끼길 원하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그것들을 다시 가상 세계로 옮기는 작업을 무한 반복 중이다.
그런 이유들로 신기하게도 메타버스와 로컬은 동반 성장하고 있다. 이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책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의 첫 단락은 서울 마포구에서도 서교동, 망원동으로 시작한다.
특히 서교동은 한국 로컬의 발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책에서는 여러 사례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점 하나가 빠져있다. 바로 2007년 방영한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좌충우돌하는 젊은 청춘들이 망해가는 기존 카페를 로컬 브랜드로 리뉴얼하는 내용이다. 호젓한 멋이 있었던 작은 골목은 제2의 '커피프린스'가 되기 위해 서교동을 찾은 젊은이들로 순식간에 북적였다.
괜찮은 호텔, 영화관 하나 없었던 홍대 앞은 2010년 내가 이사 감과 동시에 공항철도라는 게 생겨서 그야말로 떡상에 떡상을 거듭했다. 서교동에서 학교를 다녔던 아버지와 그리고 그의 자식까지 젠트리피케이션의 수혜는 하나도 입지 못한 채 구경만 실컷 하다가 일자리를 찾아 아빠는 경주로, 나는 강남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후로 열일해서 모은 돈으로 2017년, 로컬 브랜드 경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뉴욕 한 달 살기를 가게 되었다. 매일 한 블록 씩 거리를 찬찬히 걷다 보니 뭔가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대기업 위주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문화에서 로컬 크리에이터에 의한 로컬 브랜드로 도시의 색이 점차 바뀌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로컬 브랜드, 스몰 브랜드에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한국에 와서 바로 사표를 쓰,, 는 상상까지만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몰랐던 로컬 스팟들을 방문하며 여가를 보냈다. 그러다 2019년에 마침내 경주 황남동에 작은 깃발 하나를 꽂을 수 있게 되었고 그걸로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세계 여행,, 을 떠나는 상상까지 하였으나 역시 현실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배운 귀중한 경험 하나를 획득하게 되었다.
아무튼, 로컬 브랜드라는 것이 생겨나고, 소비되고, 공유되면서 다른 모양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흥미롭다. 한편으로 넘쳐 나는 로컬 브랜드를 마음껏 소비하지 못하는 돈 없는 청춘들이 안타깝다.(서교동에 살 때 주로 집 밥만 해 먹은 나처럼) 하지만 굳이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고, 소자본 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로컬 브랜드가 바로 그런 청춘들이 밀고 나가야 할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리먼 사태가 터진 후인 2010년 전후로 과감히 로컬에 씨앗을 뿌린 사람들이 맺은 결실을 이 책으로 간략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를 보고 희망과 영감을 얻은 많은 이들이 2020년대에 조용히 뿌린 씨앗들은 2030년 즈음에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역시 미래의 과실은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