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인천 - 자카르타"로 떠나기
부산에서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직항 편은 아직 없다.
김해공항 출발 시간과 자카르타공항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여정 시간은 13시간에 달한다. 한국에서 미국까지의 비행시간과 맞먹는다.
1. 부산 ⇒ 김포 : 항공편 (1시간)
2. 김포 ⇒ 인천 : 공항 리무진 버스 (50분)
3. 인천 ⇒ 자카르타 : 항공편 (7시간)
인천공항에서 자카르타로 향하는 항공편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가루다항공 이렇게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가루다항공은 오전 출발 편이라 스케줄이 맞지 않고, 우리는 형제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자카르타로 향할 예정이다.
부산 - 서울 (김포공항) - 인천 - 자카르타 - 발리 - 인천 - 서울 (김포공항) - 부산
이번 출장의 여정이다. 그리고 팀장님과 운항허가를 위한 타 팀의 K 대리도 함께 한다. 보스와 함께 하면 법인카드로 맛있는 밥과 커피를 공짜로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어떤 성향의 리더이냐에 따라 출장의 난이도와 개인 비용의 씀씀이는 달라진다. 지금의 팀장님은 나의 오랜 벗과 같은 존재로, 함께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아래 대화는 절대로 특정인을 음해하는 내용은 아니고, 출장 때마다 발생하는 일상을 에피소드 삼아 발췌해 본다.
나 : 팀장님, 도착 비자 신청하셨나요?
팀장님 : 아니, 지금 할게.
나. 팀장님, 전자 세관 신고서 작성 하셨나요?
팀장님 : 아니, 지금 할게.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을때 나는 소리처럼 균일한 억양의 대답이 날아왔다 저기 활주로 너머로 사라진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맛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집중한다.
팀장님과 함께 출장을 하면 항상...
“우리의 에피소드가 찬란하게 막을 연다”
어떤 사람들은 7시간 동안의 지루함을 어떻게 참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나는 비행기에서 한 번도 무료했던 적이 없다. 비행기의 엔진소리가 묘한 극강의 집중력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을 때 나는 무언가 생산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나만의 기묘한 성취감과 보람을 가져다준다.
조업사와 진행할 미팅의 자료를 만들고, 현지 공부를 위해 다운로드한 영상 몇 개만 보면 시간이 금방이다. 유튜브로 인도네시아에 관한 영상을 검색해 본다. 일반인들의 여행기와 EBS 다큐멘터리가 눈에 쏙 들어와 아이패드에 저장을 시켰다.
항공편에 탑승을 한다. 손님 구성을 보니 인도네시아 현지인도 많이 계신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기억들만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행의 시작과 끝맺음은 항공사가 맡는다. 항공사의 업종은 운수업이지만, 운수업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부분을 고민하는 것이 나의 책무이기도 하여, 이렇게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때면 그들의 업무 절차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남들이 잘하는 부분은 본보기로 삼아 우리도 적용하고, 남들이 못하는 부분은 반면교사 삼아 우리만의 색깔을 더욱 강화해 나가면 된다. 한 회사에 있어 업력의 기준은 얼마나 오래되었냐가 아닌, 얼마나 나아지고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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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ensure your seatbelt is securely fastened, your seat back and tray table are in their upright positions, and all carry-on items are properly stowed under the seat in front of you or in the overhead compart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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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자료는 다 만들었다. 유명 유튜버의 인도네시아 여행기도 시청했고, EBS 다큐멘터리를 보며 유튜버들에게서 다소 아쉬운 약간의 깊이를 다졌다. 이륙 후 약 한 시간 뒤 첫 번째 식사로 비빔밥을 선택했고, 도착시간 약 1시간 30분 전 한 번의 간편식을 먹고 나니 착륙 준비를 위한 안내 방송이 나온다.
팀장님의 숙면은 아직도 계속된다.
이제 곧 랜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