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주껏빛나는 Dec 03. 2023

첫 번째 생일

헤어진 것이 실감 나지 않아서 이상하네요


선배님에게.

이름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쓰지 않아요.

혹시나 선배님이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글날까지 연휴가 이어졌던 올해 추석 긴 휴일 끝에 선배님의 죽음을 알게 됐으니

벌써 두 달이 되어가요.


시간이 너무나 빨라서,

처음 맞이하는 친구의 죽음이 아직도 안 받아들여지는 게 조금은 이상해서 기분이 묘해져요.


어제는 선배님의 생일이었어요.

처음으로 선배님이 있다는 그 추모공원에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두 시간 반 넘게 차 안에서 쭉 있어보지 못한 아이를 함께 데리고 갈 자신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어요. 여전히 소변 실수를 하는 아이와 휴게소 들릴 계획 없이 자동차로 먼 곳으로 떠나는 게 쉽지 않음을, 언젠간 선배님에게 설명할 날이 올 줄 알았는데 그럴 일이 없게 되었네요.


우리가 안 세월은 내년 3월이면 만 10년을 꼬박 채울 테고,

함께 일한 세월은 3년쯤이었네요.


3년을 매일 보고, 6년 반 정도를 일 년에 한 번 겨우 만난 우리는 어떤 게 통해서 서로를 좋은 동료로 생각했었을까요.


음악, 영화, 책, 드라마, 유튜브 클립, 맛집, 잡지의 글, 그게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좋은 걸 발견하면 꼭 나누던 사이라 그 오랜 기간을 일 년에 한 번도 못 만나지만 친구로 지냈었을 테죠.


죽기 며칠 전에도 우리가 연락했었단 사실이.

마지막 명절 인사를 단체카톡방에 올린 사람이 나였단 사실이.

그 카톡방에서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단 걸 깨달은 날과, 선배님의 죽음 소식을 들은 날이 같은 날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어느 하루 연차를 써서 혼자 터벅터벅 선배님이 있는 곳에 실제로 가보기 전엔

우리가 헤어졌단 사실이 크게 실감 나진 않을 것 같아요.


원래도 일 년에 한 번 겨우 보고 지냈던 우리니까요.

선배님과 함께 만나던 우리 무리는,

아마도 큰 확률로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함께 만날 것 같아요.


우리를 이어준 게 선배님이었는데,

선배님 없이 우리끼리 만나는 게 너무 슬플 테니까요.


그냥 어제가 선배님의 생일이었어서

이상한 이 마음을 이렇게 글로 달래 봐요.


선배님이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가 들릴 때마다

좋아했을 것 같은 결의 드라마나 영화를 발견할 때마다 자주 떠올릴게요.


내년 10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가을 겨울에도 또 떠올릴게요. 그렇게 오래오래 기억해 볼게요.  


작가의 이전글 엄마 없이 먹는 엄마 생일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