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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Feb 21. 2023

현대캐피탈 첫 시즌 1위 탈환, 여오현과 함께

600경기 출장인 리베로 여오현과 유독 서브에이스가 많던 승리


2월 18일(토) KB 손해보험과 원정경기 승리에 이은 2월 21일(화), 우리카드와 홈경기에서 승리하며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의 첫 시즌 1위 탈환을 했다. 강력한 팀, 막강한 팀을 꺾고 1위 탈환한 오늘을 기억하려고 글을 쓴다.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 팀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면, 그것은 대한항공 팀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순위 1위인 대한항공 팀을 오늘 마침내 2위로 내려 보냈다.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만약 응원하는 팀이 없었다면 난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첫 시즌 1위 탈환 그것도 봄 배구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1위 탈환이라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올림픽이나 축구 경기할 때 들려오는 옆집, 앞집의 소리를 내는 때와 우리 집에서 소리 나는 때는 다르다. 우리 집에서 소리가 날 때는 배구 경기할 때다. 그런 날이 오늘이었다. 엄마와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경기 후 핸드폰 카메라로 송출되는 방송화면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며칠 전 원정경기 승리로 행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경기를 승리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하다. 직관으로 원정경기를 보러 2월 18일 의정부 체육관으로 향했었다. 경기 종료 후 칠십이 넘은 엄마와 나는 선수들이 나오는 출구로 바로 달려갔다.


지난번 장충 체육관보다 선수들이 나오는 출구와 주차장이 넓으니 선수를 보는 것이 한결 편했다. 선수와 직접 사진 촬영하는 것이 부끄러워, 엄마와 같이 간 기회를 이용해 장충 체육관처럼 손을 들고 선수들에게 하이 파이브를 요청했다. 많은 선수가 나의 하이 파이브를 같이 해줘 잊지 못할 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동행했던 칠십이 넘은 엄마는 그토록 좋아하는 허수봉 선수와 사진을 찍는 일생일대의 행복한 순간을 만끽했다.     

 

벅찬 감동을 선사해 준 그날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시 승리를 안겨줘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라고 말을 전달하고 싶다.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휘황찬란한 순간을 선물해 준 당신들 덕분에 지난주 늦은 야근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나는 에너지를 급속 충천했다.


2017-2018 도드람 V 리그에서 우승했던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가 지난 2년간 보여준 경기력 때문에 사실 올 시즌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선수 간 호흡이 맞춰지는 모습이 보였고, 경기할수록 향상되는 경기력이 보이면서 올 시즌 ‘어쩌면 봄 배구까지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지난 토요일 선수들에게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봄 배구까지 가서 우승하자고" 말을 건넸는데, 그 말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강력한 팀인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1위, 2위 점수 차가 커서 1위 탈환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 지레짐작했었는데 오늘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 팀은 그 의심을 말끔히 불식시켜 줬다.      


우리카드를 3:0으로 이긴 오늘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 의미 있는 경기였다. 첫 시즌 1위 탈환을 한 경기이며, 무엇보다도 리베로 여오현 선수가 600경기 출장의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배구 역사상 가장 오래 현역으로 뛰는 선수일 것이다.      


방송 아나운서의 말에 따르면, 1라운드 6경기 총 6라운드이니 총 36경기 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모든 선수들이 36경기를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600경기에 출장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현역 선수로 경기장을 누볐는지 상상이 되지만 막상 계산은 쉽지 않다. 그만큼 많은 세월을 현역으로 뛴 것이다.


그간 배구 팬으로 배구를 응원하면서 대략 배구 선수 나이가 서른다섯 살이 넘어서면서부터 경기장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리베로 여오현 선수가 지금까지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은 과히 놀라운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리베로 여오현 선수는 해냈고, 그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마흔 중반임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배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이지 않을까. 으레 스포츠 선수의 수명은 짧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 버린 선수이다. 내 눈에는 그를 롤모델로 삼아 앞으로 달려나 갈 많은 배구 선수가 보인다. 그렇게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세 명이 되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 선수들이여! 봄 배구 가보자. 승리했다고 흔들리지 말자.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심은 갖지 말자.”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를 응원하고 나의 삶은 달라졌다. 배구를 아는 여자, 배구 선수를 아는 여자, 배구로 인해 겨울을 행복하게 보내는 여자로 변모했다. 그렇게 배구로 달라진 내 삶이 꽤 괜찮다. 오늘은 유난히 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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