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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6. 2024

Story 9 호빗-다섯 군대의 전투

격안관화(隔岸觀火) 적의 위기는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정보전이나 전쟁에서 상대를 무너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역공작을 하는 것이다. 역사에 있어서 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했으며 사소한 빈틈이나 잘못된 알려진 정보로 인해 패배한 전투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다. 특히 한 국가가 패망하는 데 있어서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져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부의 배신자를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부의 배신자를 이용하게 되면 마치 강 건너에서 불나는 장면을 보듯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호빗-다섯 군대의 전투는 반지의 제왕의 프리퀼 버전으로 인간사의 탐욕과 반목을 잘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중간계의 막을 내리게 된 반지의 제왕 이전에 난쟁이, 엘프, 인간이 균형을 이루던 세계관이 무너져가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암흑의 군주 사우론은 이들 사이의 균열을 예측하고 외로운 산에 오크 군대를 보내게 된다. 먼저 무너지게 되는 것은 난쟁이족을 이끌던 소린이다. 소린은 탐욕에 서서히 눈이 멀어 우정과 명예를 저버린 채 왕의 보물 아르켄스톤을 찾고 탐욕스럽게 금은보화룰 지키려 하면서 다른 군대는 서서히 무너지면서 반목하게 된다. 

외부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람은 도와줄 수 있어도 스스로 서지 못하는 사람은 도와줄 수가 없다. 난쟁이시대의 종말은 내부의 반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없는 탐욕으로 거대한 난쟁이 왕국을 만들었고 다른 종족과는 단절을 하게 된다. 주인공 빌보와 더불어  소린이 이끄는 난쟁이족, 바르드가 이끄는 인간 군대, 스란두일이 이끄는 엘프 군대, 와르그를 이끄는 오크 군대 그리고 마지막 열쇠를 쥔 군대까지 다섯 군대의 전투는 대장정의 끝을 장식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흉측해 보이면서 생명에 대한 경시까지 하는 오크들은 당연히 물리쳐야 되는 대상이라고 보겠지만 역사 속에서 그런 존재들은 수없이 등장하고 사라져 갔다. 

격안관화는 기다림의 전략이기도 하다. 혼돈에 싸여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피해를 입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보다는 차분히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때로는 순리에 의해서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적들이 서로 반목하거나 원수가 되어 싸우게 되면 그 기세는 멸망으로 치닫게 된다. 투자 또한 그러하다.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며 불확실한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을 끝없이 스스로를 확신하는 과정 속에서 안정감과 불확실성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 속에 있다. 

영화 속에서 앨프, 난쟁이와 인간의 군대는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소린은 스마우그가 사라진 자신의 옛 터전을 되찾았지만, 방대한 보물을 통해 '용의 병'에 걸린 대가를 결국 치르게 된다. 친구들을 의심하고 독선적으로 변하며 망가져가는 소린은 내적인 갈등에서 늦게 벗어났기 때문에 스스로의 목숨까지 내주어야 했다. 자신의 위기는 빠르게 파악하고 상대의 위기는 기다림으로 지켜봐야 했었지만 자신의 위기는 기다림으로 지켜보고 상대의 공세는 외면했었다. 

격안관화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데에도 유용하다. 때론 길을 잃었거나 어떤 방법을 찾을 수가 없을 때는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봐야 한다.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마땅한 대책도 없이 움직이게 되면 오히려 스스로를 막다른 길에 들어서게 만든다. 사회를 바라보고 자신을 조망하며 방관할 수 있는 시간의 힘을 가지는 것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다. 그렇지만 변화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옆집에 불이 나서 옮겨 붙을지도 모르는 시간의 중요함을 모르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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