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오타쿠'라는 단어가 있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특정한 분야의 취미에 심취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단어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오타쿠 = 오덕후 = 오덕 = 덕후로 변모하였고, 덕후 기질이 보이는 행동을 하면 '덕질'한다고 한다. 그냥 최근에 생긴 인터넷 신조어로 보면 된다.
스쿼시계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덕후들의 덕질은 무진장 많다. 나도 그 중에 하나겠지. 흔히 덕후의 길에 들어서는 첫 발걸음, 즉 '입덕'은 대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를 가지고 덕질을 시작한다. 이러다가 증세(?)가 심해지면 남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템을 구하러 다니다가, 더 증세가 심해지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장비를 만들기 위해 DIY의 길에 접어든다. 이후의 덕질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종류가 갈리지만 (가령 나 같은 이야기꾼은 이런 글들을 쓰고) 모든 '스쿼시 덕후(이름하야 스덕)'들의 로망이 있었으니.....스덕 덕질의 끝판왕, 만렙을 찍는 단계는 바로 '내 집에 나만의 코트 짓기' 되겠다.
1)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 - 3000억원
프랑스 파리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과 비슷하게 생긴 대저택이 파리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2016년에 그 집이 무려 3000억원에 팔려서 화제가 되었다. 집 안에 별별 시설이 다 있는데, 그 중에 스쿼시 코트도 있고, 집 내부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막 입이 벌어진다.
음.....보기엔 좋으나 사실 일반인들에겐 현실성이 없다. 그림의 떡. 누가 3000억원이라는 재산이 있겠나. 우리 이제, 약간은 현실적인(?) 덕후들을 봐보자.
2) 별장에 코트 짓기
미국 동부에 뉴욕주(뉴욕시 아님)에 있는 별장 안에 스쿼시 코트를 지은 사람도 있다. 보통 이런 집들은 주거용이라기 보다는 휴가/휴식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이 많은데, 흔히 cottage 라고 부른다.
음.....미안하다. 좀 현실성 있는 케이스를 가져온다고 해놓고 또 넘사벽 급의 코트를 가져와버렸다. 아마 저 집은 못해도 20억은 넘을 것이다. 이보다 조금은 지출이 적게 들어가는 경우를 찾아보자.
3) 내 집에 코트 짓기
이번 것도 가져오고 보니 위에 경우보다 싸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대부분의 사람이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건축가가 이렇게 코트를 집 안에 지어놨다. 이 집도 제법 비싸다.
4) 1억 이하로 내 집에 코트 짓기
예전에 본 블로그에서 살짝 소개하긴 했는데, 이번에는 좀 디테일하게 해본다. 미국 그린위치라는 도시에 회계사 겸 스쿼시 매니아가 하나 있는데, Sam Oh 라는 사람이다. 헉, 오씨네? 어쩌면 한국인일 수도 있고 그런데 살짝 조사를 해보니 예일대학교를 나온 수재다. 암튼, 이 사람이 자기집 옆에 스쿼시 코트를 지었다. 워낙 배경도 이쁘고 코트도 이뻐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 번쯤은 봤을 수도 있는데 다시 가져와본다.
정말 그림같이 이쁘게 지었는데, 내가 알기론 1억까지는 안들었다고 한다. 아, 땅 값은 제외. 어차피 자기 집 뒷마당에 지은 것이니깐. 코트를 짓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있는데, 아래 링크를 타고가서 보면 된다. 공사 기간은 8개월 소요.
5) 나는 뒷마당이 없다고! 집 안에 짓겠다!
집 안 거실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쿼시 코트를 지어버리는 방법도 있다. 아니면 집이 넓어서 별채가 있다면 거기를 스쿼시 코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말이다.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실내 스쿼시 코트. 숙박도 하고 스쿼시도 치고 굿굿.]
[미국 Bedford 시에 위치한 '내 집에 지은 스쿼시 코트'. 집의 벽면을 그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대략 3천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미국 Maine주에 있는 '내 집에 지은 스쿼시 코트'. 로브 잘못쳐서 천정에 등이라도 깨면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예약이다.]
하지만 이것도 다 집이 코트가 들어갈만큼 커야 가능한데 아쉽게도 이렇게 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스덕의 덕질을 막을 순 없다. 돈도 없고 땅도 없으면 덕질 못하나? 그렇지 않다. 이제 돈도 없고 빽도 없이 내 손으로 '덕질 만렙'을 달성한 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To be continued.....